보통의 사람보다 특정한 신체부위의 감각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동물적 감각’을 타고 난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선천적으로 감각이 발달한 사람이 있고,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능력을 배가시킨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능력을 활용해 특정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관능검사자’라고 부른다.
‘관능’하면 흘러간 시절의 잡지에서 ‘나 오늘 한가해요’라는 말풍선과 함께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미인을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관능검사’는 사전적 의미로 사람의 오감에 의존해 식료품과 향수, 주류는 물론 기계적 결함 여부 등 관련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맛과 향, 빛깔로 포도주를 감별하는 ‘소믈리에’, 차(茶)의 맛을 통해 원산지와 재배 환경을 구분하는 ‘품명가’, 코끝으로 향수의 원료와 배합 비율을 파악해내는 ‘조향사’ 등이 대표적인 관능검사자이다.
이밖에 껌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종일 껌을 씹으며 당도나 질감을 체크하는 사람, 기관차 바퀴를 작은 망치로 쳐보고 기계적 결함 여부를 파악해 내는 뛰어난 청각의 소유자, 통조림 뚜껑을 작은 쇠막대기로 두드려 그 소리로 깡통 속 내용물의 변질 여부를 구별해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특정한 인간의 어떤 감각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동물의 능력을 따라 잡기는 쉽지 않다. 아니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개의 후각이 인간보다 수백만 배에서 1억 배 이상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냄새만으로 인간이 암에 걸렸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개가 있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또 최고의 시력을 뽐내는 매의 경우 사람 보다 4~8배 정도 멀리 내다볼 수 있고, 매 다음이라는 독수리의 시력은 5.0 수준이라고 한다. 온순한 양도 한 번 본 얼굴을 잊지 않고 구분해 내는 기억력을 갖고 있단다.
한마디로 동물들의 삶 자체가 오감을 활용한 관능적 생활이고, 그들이야말로 타고난 ‘관능검사자’인 셈이다.
이러한 동물들의 인지 능력을 인간의 삶에 이용하려는 크고 작은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탐지견, 구조견은 물론이요, 동물매개 심리치료를 통해 인간이 동물에게서 위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이 동물에게 배우고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그들과 짝이 되고 반려관계가 되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감사에 대한 보답은 밥 보다는 사랑과 관심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회원 댓글 1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