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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물생활' 이란

 

열대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열대어를 키우는 것을 두고 '물생활을 한다'고 표현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필자가 이른바 '물생활'을 한 지는 이제 만 15년이 넘어가고 있다. 물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자주 보던 잡지를 읽다가 우연히 접한 열대어 관련 정보 때문이었다.

 

하지만 40여 년 전 필자는 열대어가 아닌 다른 식의 물생활을 이미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4학년 당시 마당이 넓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당시 부모님을 설득하여 마당 한 구석에 연못을 파고 비단잉어와 금붕어를 키운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5평 내외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우리 형제들이 용돈을 아끼고 절약하며 비단잉어와 금붕어 치어들과 각종 물풀들을 채워 넣었다. 어머니가 할아버지 몸보신용으로 사가지고 오신 추어탕용 미꾸라지 몇 마리도 몰래 빼내어 연못에 집어 넣었던 기억도 난다.

 

집에 연못을 만든 지 몇 개월이 지나자 그곳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게 되었다. 형제들이 개울가에서 주워온 개구리알들도 부화하더니 올챙이가 되어 연못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재래시장에서 얻어온 민물새우 몇 마리들도 연못 바닥을 기어다녔다.

 

아버지는 "얘들아, 올챙이가 갑자기 생겼다. 신기하지?"하면서 놀라기도 하셨다. 물론 얼마 뒤 그 녀석들은 개구리가 되어 연못과 붙어 있던 정원으로 올라가서 개골개골 거리고 돌아다녔다.

 

비단잉어와 금붕어는 찬물에서 사는 냉수어종이다. 사실 물고기에 대한 지식과 관심은 수십년 동안 그런 물고기들에게만 머물렀다. 일반 수족관에서 판매하는 열대어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관심한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동물에 대한 모든 관심은 사랑스러운 존재인 개에게만 집중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한 잡지에 실린 원색의 화려한 말라위 시클리드 사진을 보고 그만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말라위 시클리드들은 민물에 사는 담수어종이지만 해수어에서나 가능할 만한 화려한 색상을 가지고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한 순간에 녀석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필자는 "물생활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필자는 마음을 먹으면 바로 지르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지름신'이 있는 편이다.

 

큰마음을 먹고 대형수족관(120cm, 4자)을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동네 수족관에서 주문했다. 그리고 대형마트에서 파는 중형 수족관(60cm, 2자)도 사들였다.

 

중형 수족관을 산 이유는 물고기가 커서 나중에 번식을 할 경우 치어 번식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보면 물생활을 난생 처음 하고 그것도 치어들만 몇 마리를 산 초보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취할 수 없는 과감하면서도 무모한 결단이었다.

 

처음에 말라위 시클리드를 종류별로 몇 마리씩 구입하여 수족관에 넣어 보았다. 복잡한 시클리드들의 학명을 쓰면 독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우니 국내 시클리드 애호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애칭으로 통일하여 표현하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바나나, 다람쥐, 백설공주, 블루, 오렌지, 비너스투스, 알리, 피코크 등의 말라위 시클리드들을 종류별로 5마리씩 넣었다. 수족관에 그 녀석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감탄케 하기에 충분하였다.

 

치어인 상태로 넣어본 것이지만, 필자는 마치 작은 민물호수를 디자인하여 만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아름다워서 며칠씩 수족관만 쳐다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비단잉어, 금붕어 같은 냉수어종을 실내가 아닌 마당 연못에서 키워 본 경험밖에 없었던 미숙함으로 열대어 사육에는 적지 않은 난관들이 있었다.

 

백설공주, 블루, 오렌지 순으로 반년 사이에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다람쥐, 비너스투스는 3년 넘게 살았지만 자신들의 후손 하나 남기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샛노란 바나나 시클리드 뿐이었다. 그런데 그 시점이 되어서야 열대어 사육에 눈이 떠지게 되었다.

 

개를 이해할 때 개의 눈으로 개의 마음으로 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물고기의 눈으로 물고기의 입장에서 수족관을 보고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다 보니 그제야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대대적인 수족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바나나가 살기 좋은 수조 환경을 만들어 봤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번식에도 성공하였다. 이제는 시클리드 번식은 일도 아닌 수준이 되고 말았다.

 

참고로 바나나 시클리드는 입을 마치 자궁처럼 사용하여 치어를 번식하는 마우스 브리더다. 그래서 번식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란 치어들은 어미의 입에서 빼내줘야 한다.

 

이런 과정을 ‘알털기’라고 하는데, 보통 20~30여 마리의 치어가 나오게 된다.‘알털기’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 치어들은 안전을 위해 곧바로 ‘유치원’이라고 부르는 작은 수조가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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