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고양이는 어떤 위치에 있었을까요? 미국에서는 남북 전쟁 직후 동물 권리 단체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은 애초에 고양이나 심지어는 개에게도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가령 1866년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가 설립된 것은 마차를 끄는 말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천년 넘게 인간과 어울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제대로된 반려동물 취급을 받진 못했습니다. 고양이는 생활의 배경처럼 길 어딘가에 존재했을 뿐 세세하게 보살핌을 받진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반려동물이라기보다는 그저 늘 가까이 어딘가에 있는 존재였습니다.
미국에서 발행된 초기 '애완동물 관리 안내서'에는 고양이에 관한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는데 이것은 생애 대부분을 밖에서 사는 고양이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아지 34개 품종, 다람쥐 7종, 원숭이 4종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수록한 이 책자에서 고양이는 단 2종 밖에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대도시가 생겨나고 이어서 교외 주택지가 발달함에 따라 길고양이도 함께 늘어갔습니다. 유기견 포획 전문가를 고용하고 들개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관련 법령을 만드는 도시들은 있었지만 고양이는 그때까지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습니다. 고양이들은 개보다 눈에 덜 띄었을 뿐더러 딱히 위험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료로 쥐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어쩌면 이에 한 몫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1947년 고양이 전용 모래가 발명된 것입니다. 고양이는 집 안에서 좀 더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따금씩 인간과 마주하며 인사하는 존재가 아닌 늘 곁에 있는 반려동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무렵 효과적인 쥐약이 나와 쥐잡이 역할에서도 완전히 해방된 고양이들에게 인간의 따뜻한 무릎 위만큼 은퇴하기 좋은 곳은 없었을 것입니다.
좀 더 폭넓은 사회적 변화도 이런 경향을 부추겼습니다. 계속되는 도시화로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고양이는 반려동물로써 점점 더 각광을 받았습니다. 여성이 일터로 진출하면서 집에 남은 강아지에게 밥을 줄 사람이 없어진 상황도 고양이에게는 축복이었습니다.
사회의 급속한 노령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쇠한 사람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고양이 캔 사료는 뜯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고양이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인간 사회에 성공적으로 침투해 지금과 같이 세상을 지배하는 동물이 되었습니다.
참고문헌
Abigail Tucker, The Lion in the Living Room, 2018
※ 위 정보는 2025년 0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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