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혈통서(血統書)라고 불리는 족보가 있는 순종견들만 키우려는 분들이 많다. 특히 농어촌 지역보다는 도시에서 그런 경향이 높은 것 같다.
애견단체로부터 혈통의 순수성을 인정받은 순종견만 고집하는 분들을 보면 '개는 순종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생각은 과연 맞는 것일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잡종견 또는 똥개라고 폄하하는 일반적인 개들도 순종견과 별다른 차이 없이 영리하고, 주인에 대한 애정을 충만히 가지고 있는 소중한 생명체다.
순종(純種)과 잡종(雜種)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람들의 가치관일 뿐 자연계의 도도한 흐름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평가 절하하는 잡종견은 순종견에 비해 유전적 질환도 거의 없는 편이다.
건강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견종별로 선천적 질환을 안고 태어나는 순종견에 비해 잡종견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불과 1000~200 년 전 우리가 지금 순종견이라고 부르는 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근친교배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종견들의 유전적 질환은 혈연관계가 가까운 개들끼리만 계속 번식하는 순종견들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학문이나 산업에서도 다른 영역간의 융합을 강조한다.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가지지 못한 장점을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잡종강세(雜種强勢)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흔히 잡종견을 두고 머리가 모자라서 영리하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과연 그 말이 맞을까? 이 또한 잘못된 선입견일 뿐이다. 잡종개도 자신의 생존에 필요할 만큼의 영리함은 충분히 갖고 태어난다. 사람의 머릿속에서 잡종견은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뿐이다.
솔직히 집에서 애견으로 키우는 것이 개사육의 목적이라면 굳이 잡종, 순종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개는 다 같은 개일 뿐이다. 잡종견이라고 해서 주인에게 덜 충성하고 지능이 떨어지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잡종견과 순종견을 구분하여 차별하는 것보다, 견주가 자신의 개를 좋은 개로 잘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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