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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일본 통신원] 치료 과정에서 수의사 과실로 반려동물이 후유증을 앓거나 사망에 이른다해도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것은 무척 힘들다. 여기에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을 받는 것은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사람에게서조차도 더욱 그렇다. 

일본에서는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에서도 반려동물은 법상 물건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면서 '제 운명이겠거니'하며 체념으로 넘기지만은 않을 태세다.

12일 서일본신문 보도에 따르면 후쿠오카에 사는 60대 한 여성은 자신의 아키타 종 암컷 반려견이 병으로 죽은 데에는 적절하지 못한 치료도 원인이 있다며 해당 수의사를 대상으로 약 180만엔, 한화 1932만원(12일 종가 기준)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성은 진찰에서 자궁의 이상이 의심되는 상태임을 알았음에도 수의사가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내 아이와도 같은 존재를 잃어버린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다"고 이같은 배상을 요구했다.

지난 2014년 5월에서 7월 사이 아키타견이 출혈 등 이상을 보여 정기적으로 다니던 시내의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해 7월 중순,수의사로부터 '증상이 반복되면 수술을 검토한다'는 설명을 받았다.

10일 정도 지나 갑자기 구토 등을 하면서 상태가 급변했다. 야간이라 담당 수의사와 연락이 되지 않아 다른 동물병원에서 자궁에 고름이 차는 자궁축농증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사망했다. 아키타견의 나이는 당시 8살이었다.

이 여성측은 2014년 5월 초음파 검사로 자궁내 액체가 고여있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적어도 마지막 진료 때 자궁축농증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면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여성은 남편과 살며 아키타견의 수명을 10년으로 보고,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정기적으로 통원을 했었다. 새끼일 때 부터 길러 모든 것을 함께해 왔던, 아이와 같은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손해배상 요구금액에는 위자료와 장례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정신적 위자료가 사실상 더 큰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여성이 이렇게 소송을 건 데에는 최근의 흐름도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도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물건이다. 이에 냉정하게 말하면 몸값만 물어주고 말면 그만일 테지만 현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보호자가 합의하는 위자료가 낮게 책정됐지만 최근엔 '아이처럼 귀여워했다'등 보호자의 강한 애정이 고려돼 고액화되는 경향이라는 설명이다. 즉, 예전에는 5만엔(약 54만원)이면 합의가 성사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실제 이런 추이를 반영한 판례도 나왔다. 이미 10년도 전인 지난 2004년 도쿄재판소는 의료 과실로 부부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60만엔의 위자료를 책정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의료과실상담이 10년새 약 10배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각별히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반려동물 의료를 둘러싼 소송 건수는 늘어나고 금액은 더욱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