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군(聖君)을 손꼽으라고 하면 누구나 세종대왕을 선택할 것이다. 세종대왕은 학문, 안보, 과학기술,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임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우리 고유 문자인 한글을 창제, 백성들이 문맹에서 벗어나도록 했고 학술 연구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집현전을 만들어 학문을 크게 진흥 시켰다. 국경을 확장시키고 현재의 국경선을 사실상 확장한 업적도 남겼다. 지금 우리가 쓰는 글이나 우리가 사는 이 땅의 기초를 만들고 다듬은 분은 세종대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종대왕과 같은 성군을 꼽으라면 중국에는 당태종이나 청의 강희제가 있을 것이며, 영국에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 등이 있다. 인류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인더스 문명의 발원지인 인도에서는 인도 문화 황금기인 무굴 제국의 악바르대제가 인도판 세종대왕에 해당될 만한 인물이다.
악바르대제는 무굴 제국 3대 임금으로, 조선으로 치면 태종과 세종을 합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대제는 자신의 부친이 부하 장수에게 나라를 사실상 잃고 유랑 생활을 할 때 태어났다. 30대에 이를 무렵 자신의 용맹함과 특유의 정치력을 활용하여 북인도는 물론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대 제국을 만들었다.
악바르대제는 다민족, 다종교 사회인 인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인재 등용 과정에서 이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는 정책을 펼쳤다.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과감하게 등용하는 사회를 만든 것이다. 또 비이슬람 신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였던 기존 과세체계를 과감하게 개혁하여 종교에 따른 조세납부 불이익도 폐지하였다. 대제 자신이 이슬람교도이며 강력한 정치적 기반도 이슬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책은 대단한 리더십이 아닐 수 없다.
악바르대제의 치세가 끝날 무렵 무굴제국의 영향력은 북인도를 벗어나 인도 중부, 남부까지 미치게 되었다. 무굴제국 400년의 역사는 사실상 그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업적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그를 악바르라고 불렀는데, 사실 그의 본명은 잘랄 웃 딘이다.
인도 무굴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악바르대제는 아시아 치타 천마리를 궁궐에서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
그런데 대제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취미 활동을 했다. 악바르는 치타를 무척 좋아하여 엄청난 수의 치타를 기른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 임금이 어떻게 많은 수의 치타를 키울 수 있었을까 의아해 할 수 있다. 21세기 현재 야생 치타 대부분은 아프리카의 초원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다만 극소수의 치타만이 인도와 이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악바르대제 재위 시절 당시는 야생 치타가 인도에 꽤 많이 서식하였다.
이란과 인도에 사는 치타들은 아시아 치타로 분류되는데, 사실 이들은 같은 뿌리다. 물론 악바르대제가 키웠던 치타도 아프리카 치타가 아닌 아시아 치타였다.
악바르대제의 궁궐에는 무려 천 마리가 넘는 치타들이 있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숫자다. 그 많은 치타를 궐내에서 키우려면 엄청난 관리 비용이 들었을 것인데, 대제는 무슨 생각으로 치타를 키웠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 애완동물 역할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일부 부유층들은 과거부터 사자, 호랑이, 표범, 치타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을 애완용으로 키웠다. 그런 의미에서 대제는 빅캣 중 가장 유순한 성격을 가진 치타를 애완동물로 키웠던 것 같다.
둘째, 사냥개 역할이다. 대제는 맹금류, 사냥개를 이용한 사냥을 즐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키웠던 치타들은 가젤같은 빠른 짐승을 마치 살루키 같은 시각형 하운드처럼 빠른 속도로 제압하는 사냥개와 같은 존재였다. 대제가 개발한 치타를 이용한 사냥 방법은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었는데, 인도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치타가 사는 이란으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악바르 대제와 같이 치타를 이용하여 사냥을 즐긴 아프리카의 임금도 있다. 그 임금은 1950년 북한의 기습 침공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6천명이 넘는 황실 근위대를 파병하였던 에디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였다. 그도 상당한 규모의 치타를 애완동물과 사냥개의 용도로 사육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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