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3일. 그늘 동장군의 기세는 여전히 매서웠다. 낮 최고 기온이 겨우 영상을 기록한 날이었지만, 바람이 계속 불어 손끝이 시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개를 보고 싶어 하는 필자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그날 아침 일찍부터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도그쇼가 열렸다. 그래서 주말의 게으름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도그쇼가 열리면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닥스훈트, 시츄, 골든 리트리버, 포메라니안, 푸들 등 물론 이 개들은 그날도 당연히 만났다. 그런데 뜻밖의 손님을 만났다.
3가지 모색(털색깔)을 가진 트라이 칼라 페키니즈. 필자는 그런 종류의 개가 있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 알았다.
페키니즈의 모색은 원래 황갈색이다. 황금색 페키니즈는 청나라 황실에서만 키우던 귀한 개였다.
그러다가 제2차 아편전쟁으로 베이징의 여름 별궁인 이화원이 영불연합군에 함락되는 과정에서 점령군에 의해 약탈되었고, 이후 물 건너 영국으로 가게 됐다.
페키니즈는 예나 지금이나 황갈색이 절대 다수다. 소수 색깔로는 백색, 드물게 검은색 정도가 있다. 이 정도까지가 필자가 아는 페키니즈에 대한 상식이었다.
그런데 페키니즈가 트라이 칼라가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가 보였다.
처음에 “이게 도대체 무슨 종류의 개일까?”하고 궁금해 하다가 잠시 후 견주에게 “혹시 이 개 종류가 뭐예요. 얼굴은 페키니즈 같은데?”라고 물었다.
견주는 “이 개는 트라이 칼라 페키니즈예요.”. 그래서 다시 “처음 보는 칼라군요. 그런데 이런 모색의 페키니즈들이 원래 있나요?”하고 다시 물어보았다.
친절한 견주는 “트라이 칼라끼리 교배를 한다고 해서 트라이 칼라 강아지가 나오지는 않아요. 이 강아지는 검은색과 황갈색이 교배를 하여 나온 거예요.”라고 말했다.
트라이 칼라 페키니즈 견주의 말을 종합하면 트라이 칼라 페키니즈끼리 교배를 해도 (1) 트라이 칼라가 아닌 황갈색 페키니즈가 나올 때도 있다. (2) 검은색 페키니즈가 나올 수 있고, (3) 트라이 칼라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견주의 말을 다시 한 번 뒤집어 생각하니 이런 트라이 칼라 페키니즈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필자가 유전학자인 멘델과 같은 공부를 했다면 페키니즈의 모색과 관련한 연구를 하여 논문으로 발표하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그날 도그쇼는 보기 힘들고 귀한 트라이 칼라 페키니즈를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회원 댓글 2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