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통신원]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는 '파블로프의 개'에 비견되는 대표 고양이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증명해 보이려 고안한 사고 실험 속 고양이다.
'죽었으며 동시에 살아있는 고양이' 일부 이과계열 학생들에게는 가장 짜증 나는 고양이일 수도 있다.
이 골치 아프지만 아주 유명한 고양이 이름을 딴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가 얼마전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문을 열었다.
숭인동의 한 비스듬한 언덕길에 예쁘고 아담하다.
단골이 많을 듯한 떡집과 이발관, 과일 가게들이 나란이 있는, 한옥집들도 군데군데 남아있는 정겨운 동네... 슈뢰딩거가 거기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상냥한 미소로 반겨주는 책방 주인이 책 보러 온 손님과 이야기가 한창이다.
정식 오픈 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 멀리에서부터 찾아 온 손님들이었다.
벽면과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인 책들을 주욱 둘러보니 책의 종류가 예사롭지가 않다. 책 사랑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고양이 책방을 열게 된 사연을 물었더니 2년 반 전부터 키우고 있는 2마리 고양이 이야기부터 한다.
키우는 방법이 서툴러 처음 데려와 잘 돌봐주지 못했던 미안함에 고양이 돌보기 정보들도 공유해 보고 싶었단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무조건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고양이서점을 꼭 한 번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문헌정보학을, 대학원에서는 고전을 연구한 주인장은 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하는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아마 책읽기 상담(?)도 기꺼이 응해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야옹이 관련 책들은 테마별로 보기 좋게 잘 나눠 진열해 있다.
'고양이와 여행'에 관한 에세이와 그림책, '고양이 만화작품' '냥이 나오는 문학 작품들' 등으로 분류해 놓아 책 고르기가 더 재미있다.
특히 '예술작품 속 고양이'와 빈티지 그림책 코너엔 해외 사이트를 통해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모은 진귀한 책들이 많다.
핸드메이드의 인도 고양이그림책은 세상에 3000부 한정, 주인이 가장 추천하는 책이다. 보기 드문 독립 출판물의 그림책들은 작가 소개도 자세히 들려준다.
물론 고양이 돌보기 실용서 코너도 충실하다. 가장 눈에 띄는 코너는 '펫로스'에 관한 책을 모아둔 코너였다.
언젠가 책방 한 가운데 놓여진 테이블이 펫로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날도 소망한다며 어제 밤 읽고 눈이 퉁퉁 부었다는 책을 펼쳐 보여준다.
주인은 또 이 책방이 작가와의 만남, 냥이집사들의 작은 이벤트 장소로도 쓰이고 싶다고 했다.
따스하고 다정한 서점 주인과 냥이이야기, 책 이야기 나누러 꼭 한 번 방문해 보자. 고양이 집사들의 힐링 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책방을 나올 무렵엔 고양이 사랑하는 마음이 풍선처럼 더 부풀어 올랐다. 또 슈뢰딩거에 들를 땐 물리학은 몰라도 된다.
슈뢰딩거는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일이다. 가끔 고양이 봉양에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
홈페이지에서 혹시 쉬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가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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