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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리트리버 믹스로 알고 키웠던 개, 유전자 검사해보니..

'이 녀석 정말 토이푸들이 맞나' 푸들을 키우는 이들의 가장 커다란 의문 중 하나다. 분명 데려올 때는 토이푸들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 토이푸들이 아니라 미니어처 푸들을 넘어 스탠다드 푸들까지 큰 태세다.

 

이미 정도 들대로 들었고, 가족이 되어버린 상황. 그래도 엄청난 덩치를 보고 있자면 한번쯤 데려온 곳이 야속한 생각이 든다.

 

개를 키우다 보면 모견과 부견, 그리고 할머니개와 할아버지개가 어떤 개였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특히 순혈종을 기르는 경우에는 그런 욕구가 더 생길 법도 하다.

 

최근 미국의 한 매체에 유전자검사 결과를 받아본 기자의 체험기가 실렸다. 골든리트리버 믹스견으로 알고 무려 14년 가까이 키운 개. 못돼도 골든리트리버의 피가 50% 이상 섞였겠지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견종이 튀어 나왔다.

 

만일 분양을 할 목적이나 뽐내기 위해 유전자검사를 받고자 한다면 그다지 권할 만한 검사가 아닐 수 있다. 물론 견종마다 지니고 있는 유전질환을 사전에 알아내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유전자검사 만한 것이 없다. 이미 국내에서도 개와 고양이의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과학담당 기자 에린 브로드윈의 개 유전자검사기를 게재했다.

 

 

에린은 지난해 뉴욕의 한 화려한 아파트에서 반려견 동반입주시 유전자검사를 받도록 한 것에 호기심을 느끼던 차에 기회가 생겼다. 이 아파트는 아이나 다른 개들에게 공격적일 수 있는 개를 사전에 가려낸다는 이유로 이런 방침을 시행했다.

 

여론의 차가운 눈총을 받기는 했지만 전체 가구의 3분의 2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미국에서는 세입자 개의 성격이나 덩치 등도 집주인이 세를 줄지 말지의 중요한 기준이 돼가고 있다. 뉴욕의 이 아파트는 정도가 좀 심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에린이 키우는 개는 1살 때 데려와 지금은 14살이 된 아이지(Izzie)라는 이름의 개였다. 골든리트리버 믹스견으로 알고 데려와 지금껏 동거동락했다. 에린에게는 둘도 없는 사랑스런 개다. 

 

믹스견이라도 골든리트리버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덩치가 꽤 나갈 줄 알았지만 아이지는 크다가 말았다. 사진 속 아이지는 미니어처 푸들 정도로 밖에 안보인다. 그래도 외모는 리트리버를 닮아 있다. 이런 생각은 검사 후 산산조각이 난다. 

 

대부분 유전자검사가 그렇듯 아이지의 입안 상피 세포를 체취해 유전자검사 업체에 보내고 2주가 흘러 결과가 도착했다. 상피세포를 채취할 때 에린의 아버지는 '저게 머하는 거여'하며 혀를 끌끌 찼다.

 

골든리트리버의 피는 얼마나 섞였을까를 기대하던 에린에게 결과는 황당 혹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달랐다. '충격을 먹었다'는 표현 그대로였다.

 

 

증조대(4대)까지 나와 있는 검사결과지 어느 곳에도 골든리트리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과지 맨 위에는 가장 가까운 견종이 표시돼 있었는데 리트리버가 아닌 코카스패니얼이라고 떡하니 기재돼 있었다. 

 

37.5% 코카스패니얼, 25% 차우차우, 12,5% 아메리칸에스키모독, 사모예드 12.5%. 정말 리트리버는 없었다. 이런 결과를 받아본 뒤 각 견종의 특징을 대조해 보고 나서야 "음, 그래 이제보니 스패니얼 같기도 하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랄까.

 

물론 컨넬클럽에서 내놓은 차우차우와 아메리칸에스키모독, 사모예드의 특징도 한번 쭉 훑어봐야 했다. 에린으로서는 도저히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다만 코요테나 늑대라는 결과가 안 나온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정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세상에 참 다양한 종류의 개들이 있지만 개들은 여전히 단일 종으로 묶여 있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 사람들을 보자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은 서로 간에 구별할 수 있지만 그밖의 사람들에게는 이들 세 나라의 사람들이 도통 구분이 가지 않는다. 백인 역시 영국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동유럽인 하는데 사실 아시아인 입장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아프리카인들을 나라별로 구분 짓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에 의해 교잡이 이뤄지면서 견종을 구분짓게 할 만한 외모적 차이점들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한 뿌리라는 종의 범위 안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 결론이다. 아마 한국인이라도 할 지라도 유전자검사를 해보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도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참조글 I got my dog’s DNA tested and what I learned shocked me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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