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클리드 |
아프리카에는 빅토리아, 탕가니카, 말라위 등 웬만한 나라의 전체 국토면적과 맞먹는 거대 민물호수들이 있다. 이 호수들은 규모가 엄청나서 단순히 호수라고 말하기에는 마치 바다 같은 느낌을 준다.
오늘 이야기의 중심지 말라위 호수(Malawi lake)는 아프리카 3대 호수 중 가장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호수 면적이 경상도 전체 크기와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규모다.
말라위 호수에는 열대어 매니아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말라위 시클리드(Malawi Cichlid)들이 살고 있다. 이 시클리드들은 민물고기임에도 불구하고 해수어처럼 화사한 색상을 가지고 있어서 인기가 높다. 시클리드는 농어목-시클리드과에 속하는 열대어로 주로 아프리카, 동남아, 인도, 중남미 등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한다.
말라위 시클리드는 모두 같은 조상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말라위 호수로 유입되고 지리적으로 격리된 이후 불과 수십만 년 사이 수 백 종이나 되는 다양한 종류로 분화되었고, 각각 다른 길로 진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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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생존을 위한 생명의 적응력과 다양성은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낼 따름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말라위 시클리드의 다양한 분화를 보며 다윈의 진화론을 증명하려고도 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시클리드의 또다른 고향인 빅토리아 호수(Lake Victoria)가 있다. 아프리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거대 호수에는 1950년대 낚시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인들이 유입한 나일퍼치(Nile Perch)가 있다. 단순히 인간의 손맛을 위해 호수에 유입된 거대 물고기는 후일 생태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호수의 생태계를 거의 파괴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빅토리아 호수에는 말라위 호수와 마찬가지로 대대로 살아온 작은 시클리드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유입된 포식자 나일퍼치에 의해 지속적으로 개체수가 감소하였고, 절멸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호수의 생태계는 거의 붕괴 직전에 다다르고 말았다.
나일퍼치는 성어(成魚)가 되면 몸길이 2m, 체중이 200kg에 달한다. 태평양 같은 대양이 아니라 민물에서 저렇게 큰 거대 고기가 있다면 천하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클리드의 절멸이 왜 호수의 생태계를 붕괴 직전까지 내몰고 있을까? 이는 시클리드가 호수와 그 주변 생태계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규명할 수 있다.
덩치 작은 시클리드들은 물속에서 모기 유충(幼蟲) 장구벌레를 포함한 작은 벌레와 조류(藻類)를 먹고 산다. 시클리드의 이러한 활동 덕분에 호수의 수질은 정화되고, 건전한 생태계가 유지된다. 하지만 나일퍼치 같은 초대형 어종은 작은 조류나 벌레들을 잡아먹기에는 부적합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런 능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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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시클리드가 많은 곳은 조류가 적어 호수의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또한 모기 유충도 번식하기 어려우므로 모기로 인한 열대지역의 질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는 호수 주변 지역의 말라리아 발병도 시클리드의 개체수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10cm 내외의 작은 체구를 가진 시클리드지만, 호수와 호수 주변 지역에서 차지하는 생태적 비중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최대 담수호인 아프리카 빅토리아 인근(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등)은 만성적 식수 부족과 말라리아 발병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이유는 인근 농지에서 사용하는 질소 성분 함유 유기질 비료의 호수 유입과 작은 물고기들의 개체 수 급감 때문이다.
비료와 생활하수에 포함되어 호수로 유입된 질소 유기물은 조류의 과잉 번식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작은 물고기의 감소는 생태계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힘들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작은 물고기들이 하던 모기유충 제거 기능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러한 비극이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말라위 호수 인근 자연 환경 보전과 말라리아 발병 예방을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말라위 시클리드들이 호수에서 계속 번창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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