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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정치인을 '푸들'이라 비꼬는 이유

푸들(Poodle)은 많은 견종 중에서도 가장 영리하고 길들이기 순한 개로 손꼽힌다. 작고 예쁘지만 새침한 성격의 요크셔 테리어나,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한 포메라니언 같은 다른 소형견들과는 달리 푸들은 주인을 무조건 따르고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푸들을 키워보면 항상 주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시당초 푸들에게는 자기 자신만의 사생활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순하고 영리하며 더구나 주인에게 헌신적이기까지 한 특징 때문에 푸들은 세계 애견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푸들이라는 이름은 개 이름이 아닌 세계 외교가나 국제 정치권에서 전문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것도 선진국의 유명한 정치인들을 푸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4년 49세의 젊은 나이로 영국 노동당 당수에 선출되고 불과 3년 후 1997년 영국 총리에 오른 토니 블레어(Anthony Charles Lynton Blair). 그는 보수당의 18년에 걸친 장기집권을 종식시키고 한 때 엄청난 인기와 기대를 받는 젊은 유망주였다. 블레어 총리 취임 초기 그의 지지율은 무려 83%에 달할 정도로, 그의 앞길은 마치 탄탄대로가 열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취임 6년째 발발한 이라크 전쟁 때문에 큰 정치위기에 처하고 만다. 2003년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미국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정부가 일으켰던 대 이라크 전쟁에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열성을 보이면서 블레어는 '부시의 푸들'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얻게 된다.

 

ⓒ노트펫 토이푸들 사진. 선진국에서는 종종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푸들 이라는 별명을 붙인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한 때 부시의 푸들로 불리기도 했다.

 

푸들이 주인의 말을 잘 듣는 영리하고 순한 개라는 데서 그렇게 불린듯 싶다. 그러니 그런 별명을 언론으로부터 받은 정치인이나, 해당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망신스러운 별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구누구의 개 라고 하면 치욕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블레어 총리는 ‘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다. 그는 2003년 5월16일 미국 상원이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골든 메달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메달 수령을 아직 하지 않았다. 메달을 걸면 많은 비판이 그에게 쏟아질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블레어 총리 다음으로 '부시의 푸들'이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인물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대통령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 외에도 '부시의 닥스훈트'라는 다른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가 ‘부시의 닥스훈트’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자존심 강한 프랑스의 문화적 우월감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07년 8월11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미국 메인주의 대통령 가족별장에서 식사를 하였다. 당시 메뉴가 프랑스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았다. 미국-프랑스 양국 정상은 미국의 대표적 서민 음식인 핫도그(hot dog)를 포함한 식사를 하였다.

 

미국 정치인에게 핫도그의 의미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친서민 행보를 하면서 시장에서 먹는 어묵, 떡볶이, 김밥과 비슷한 것이다. 격의 없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싶을 때 미국 정치인들은 종종 핫도그를 먹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 일가와의 핫도그 식사 이후 일부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두고 ‘부시의 닥스훈트’라는 모욕에 가까운 비판을 하였다. 프랑스 언론이 흥분한 이유는 독일과 프랑스의 뿌리 깊은 민족감정과 적대감정과도 관계가 있다.

 

핫도그의 원조는 독일이다. 이후 신대륙에 건너간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에서 핫도그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 된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이민자들의 나라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음식의 전파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 입장에서는 자국의 대통령이 미국까지 가서 미국 대통령 일가와 독일이 원조인 핫도그를 먹는 모습은 결코 유쾌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프랑스 언론들은 푸들도 아닌 닥스훈트라는 말을 하였을까?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19세기 중엽 독일의 프랑크푸르트(Frankfrut)에서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혼합해 만든 소시지를 기다란 빵에 넣어 먹는 간단한 요리가 성행하였다. 가난하고 식사 시간도 쪼개서 일을 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간편한 음식은 없었다.


이 때 빵에 넣어 먹는 긴 소시지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온 소시지라는 뜻으로 프랑크 소시지라고 부르기도 하였고, 일부에서는 닥스훈트 소시지라고도 부르기도 하였다. 아마도 소시지의 생김새가 다리는 짧고 몸통은 긴 특이한 형태를 지닌 닥스훈트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닥스훈트 소시지를 빵에 넣은 요리가 독일 이주민들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핫도그라는 다소 간단한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영어를 쓰는 미국인 입장에서는 닥스훈트라는 독일 개 이름은 쓰기도 어렵고 발음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간단하게 ‘뜨거운 닥스훈트 소시지 구이’라는 뜻의 음식을 '핫도그'(hot dog)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또 한 명의 유명한 정치인이 '부시의 푸들'로 불리기도 하였다. 장기간 일본의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다. 그 역시 친미적인 성향 때문에 '부시의 푸들'로 불리는 치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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