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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있는 세계사 풍경

ⓒ노트펫 이강원 지음 이담북스 펴냄(2013)

사람은 아름다운 행성인 지구에서 자기 이득만 챙기는 동물로 악명 높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을 멸종시켰고, 지금도 다른 생물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사람은 다른 생명들을 위해 좀처럼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만약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거래를 할 때에는 계산이 무척 빠르다. 소, 돼지, 양, 닭같이 순한 동물들에게 먹이와 물을 공급하고 비와 바람을 피할 좁은 집을 제공한다. 또한 늑대, 표범, 사자 등 포식자 위협으로부터 그 동물들을 잠시 보호해 준다.

 

사람은 그 동물의 자연수명 보다는 훨씬 짧은 보호기간이 지나면 동물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바로 윽박지른다. 동물 입장에서는 자기 목숨을 내놓아야만 갚을 수 있는 고기와 가죽을 요구한다. 대부분, 사람은 순수하게 동물을 사랑해서 키우지 않는다. 사육에 대한 대가를 얻기 위해 키운다. 소, 돼지 같은 가축 대부분은 짧은 일생동안 태양의 따스함, 흙의 부드러움을 단 한 번 느끼지 못하고 죽는다. 그 동물들은 매우 열악한 공간에서 이동과 번식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단하게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이런 고단한 삶도 그 동물들에게는 사치일 뿐이다. 가축들에게 허용된 삶은 자연수명의 10%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닭은 한 달 내외, 소는 2년 안팎의 짧은 생을 마치고 사람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 돼지, 닭 등 대부분 가축들의 노예와 같은 운명은 당대에 종식되지 않고 대대손손 이어진다. 그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슬프다 못해 가련하기만 한 운명이다.


하지만 사람의 유일한 친구인 개의 운명은 어떠한가? 개는 다른 가축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 개는 가축들이 사는 좁고 더러운 공간인 우리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더불어 살아간다. 개도 소, 돼지 같은 가축이며 사람들의 재산으로 볼 수 있지만, 사람 세상에서 개의 지위는 다른 동물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기만 하다.

 

개는 1만~4만 년 전 강요가 아닌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인간 세계에 친구 자격으로 동참했다. 소와 돼지가 7,000~9,000년 전 인간의 포획물로 사람 세상에 살게 된 것과 비교하면, 개의 출발선은 전혀 다르다.

 

야생의 개가 사람 세상에 발을 담근 후, 개는 주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개량된다. 어떤 개들은 싸움을 목적으로 하는 투견으로, 추운 곳에 사는 개는 교통수단인 썰매개로, 사냥을 많이 하는 지역에서는 사냥개로 개량되기도 한다.


인간 사회가 갈수록 복잡하게 진화하면서 개들은 전에 없던 용도로 더욱 개량됐다. 지뢰, 폭탄, 마약을 탐지하는 탐지견, 아픈 사람을 정신적으로 위로하는 치료견, 맹인들의 살아있는 지팡이 역할을 맹인인도견, 주인을 위해 오로지 애교만 부리는 애완견으로도 개량되어졌다.

 

그런데 개들이 다양하게 개량되는 것은 해당 지역 사람들의 역사, 문화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사람과 사람의 유일한 친구인 개의 역사는 절대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애견 못지 않게 역사학을 좋아하던 필자는 사람들에 의해 수백 여 종 이상 개량된 개들의 뿌리를 찾는데 관심이 많았다. 지금까지 흔히 접할 수 있는 애견 관련 서적들은 개들의 역사를 간단히 짚어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필자의 호기심과 지적인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개의 시각에서 개의 역사 이야기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사람의 유일한 친구인 개의 시각에서 사람의 역사를 보고 싶었다. 필자가 글을 쓰다 보니 예상대로 사람과 개 두 동물의 역사는 결코 분리될 수 없었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하기야 사람과 개가 같이 어울려 산 시간이 벌써 1만년 이상이니 두 동물의 역사를 어떻게 분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묘미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귀여운 강아지 치와와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페키니즈는 어떤 경로를 통해 중국의 황궁에서 벗어나 영국, 미국 등 전 세계인들의 애견이 되었으며, 칭은 왜 미국 페리 제독에게 건너갔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개의 역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흥미를 주는 실용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사람들이 왜 개라는 동물에 매료되었고,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하게 대우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작은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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