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30시간이 지난 되찾은 고양이 시루. SNS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
아침 방송 때문에 새벽 5시부터 너무나 피곤했던 지난 목요일, 마침 약속이 취소돼 일찍 집에 왔다.
고양이 시루가 안 들어오는데 없어진 것 같다는 엄마의 말씀.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정말 밤이 되도록 집에 들어 오지 않았다.
시루는 9년째 키워온 외출냥이. 매일 새벽 1시쯤 외출을 나가 늦어도 새벽 6시까지는 들어 왔던 녀석이었다.
걱정스런 맘에 이사온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동네를 둘러봤다.
이전에는 한옥집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에서 살았다. 동네 분들도 시루가 우리집 고양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는 시루가 우리집 고양이인 지를 알 턱이 없었다.
혹시라도 여기 있을까 살피고, 고양이 소리만 들려도 밖에 나가 봤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피곤한데 잠은 안 오고, 시루를 애지중지 키운 동생은 누가 데려간 거 같다고 털 깎아 준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털을 깎아 놓으니 중년 시루가 회춘한 듯 어려 보였다.(ㅠ)
있을 땐 몰랐는데 없어지니 눈에 밟히고 어찌어찌 전주인 사정으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된지 9년. 이 세월이 헛되진 않다 싶었다.
그렇게 하루가 꼬박 지나 우리 가족은 본격 행동에 나섰다.
친구인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CCTV 관할 어딘지 알아보고 확인하란다. 서울시 120 다산콜 문의, 성북구 CCTV 관제센터를 알려준다.
담당자가 시청 도시안전과에 문의하라고 해서 동생에게 알려주고 동생이 만들어준 전단지(앱이 있다고)를 오후 1시가 다돼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 올렸다.
그런데 올리자마자 연락이 왔다. 오전에 고양이 주인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내가 찾는다는 글을 올리자 다른 회원이 보고 곧장 알려준 것이었다.
시루를 보호하고 있던 분은 털이 이상하게 밀려서(?) 학대냥인줄 알고 동물병원에 가서 검진 맡기고 찾아왔다고 했다.
그렇게 근 30시간 만에 시루를 찾게 됐다.
아,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만세를. 동생은 저녁에 시루를 찾아왔다.
'아우 이 무개념 시루!' 아무나 예쁘다고 하면 안기는 이 녀석. 하루 넘게 병원갔다가 스트레스 받아선지 그날 밤 생전 안 하던 하악질까지 ㅜ
그래도 좋은 분 만나 다시 찾아 넘 기쁘다. 안 보이니 가족이랄까. 시루가 '가족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시간이 되는대로 내장칩을 심을 계획이다. 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뤘다. 이번 일을 겪고 보니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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