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신규 주택개발단지가 입주민에게 주택 매매계약 조건으로 반려동물 고양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라디오 뉴질랜드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북쪽에 자리한 카피티 해안과 카피티 섬의 신규 주택개발단지는 인근 보호구역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된다는 조건에 동의하는 사람에게만 주택을 판매하고 있다.
카피티 섬은 자연보호구로 지정되었고, 카피티 섬과 카피티 해안 사이는 카피티 해양보호구다. 이미 개는 보호구 출입이 금지됐지만, 고양이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두 보호구가 고양이 사냥터가 될 가능성이 높고, 고양이가 곤충, 도마뱀, 새 등 생태계를 해칠 위험이 있어 규제에 나섰다. 지방의회 의원인 구루 네이선은 뉴스허브 웹사이트에 “만약 고양이가 보호구역에 들어온다면, 결과는 대단히 파괴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논쟁이 불거졌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지역 동물 보호단체 펠린 라이츠 NZ그룹은 금지 조건에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스튜어트 와이트는 고양이 금지 조건 탓에 계약 기회 몇 건을 놓쳤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단지의 주택 한 채 가격은 60만뉴질랜드달러(약 4억8000만원)까지 나간다.
그는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고양이 금지에 찬성하지만, 몇몇 사람은 그것을 어떻게 감시할 거냐고 묻고, 금지조건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고양이를 숨기고 입주했다가, 이웃이 밀고하기 십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펠린 라이츠 NZ그룹의 피터 로즈 총무는 이 금지 조건이 “충격적인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극단적이고 광신적인 자연보호론자에게 동물 규제를 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뉴질랜드 당국은 가구당 고양이수를 3마리로 규제하고 있다. 보호구역과 가까워질수록 고양이를 아예 키우지 못하도록 지역에 따라 고양이수 규제 한도를 달리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것이 길고양이 안락사 정책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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