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百獸)의 제왕, 사자. 특히 갈기가 무성한 아프리카 수사자가 한 번 포효(咆哮)하면 초식동물은 물론 표범, 치타 같은 빅 캣들도 긴장을 한다. 하지만 사바나에 가본 경험이 없는 필자 같은 사람들은 수사자들의 엄청난 포효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 경외감을 느낄 기회가 없을 것이다.
2013년 어느 주말 아이들과 함께 서울대공원에 갔다. 아시아코끼리를 보다가 저 멀리서 들리는 엄청난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시베리아 호랑이가 또 우리를 탈출하여 사람을 문 것이 아닐까요?”라며 겁을 먹고 말했다.
필자는 “아닐 것 같다. 로스토프(호랑이 이름)는 지금 격리되어 있단다.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라고 대답하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러면 직접 누가 이렇게 큰 소리고 울고 있는지 알아보자.”면서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갔다.
울음소리를 따라 가보니 사자 우리가 가까워졌다. 거대한 수사자의 울음소리는 갈수록 더 커졌다. 울고 있는 사자는 현재 우리 속에 갇혀 있어서 사람을 물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겁이 날 정도로 울음소리는 대단하였다.
‘사자라는 동물이 이렇게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앞에서 혼자 울고 있는 수사자 |
마침내 사자 우리에 도착했다. 사자 우리에는 수사자 9마리나 보였다. 그런데 한 마리만 출입구 쪽으로 와서 혼자 큰 소리로 포효를 하였다. 정말 엄청났다.
동물원이 쩌렁쩌렁 울리는 것 같았다. ‘포효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이 아닌 만약 야생에서 저런 수사자를 만나면 오금이 저려 꼼짝을 못할 것 같았다.
약 2~3분간 혼자 울던 덩치 큰 수사자는 자기 혼자 사자 우리를 한 바퀴 순찰하듯 돌았다. 그런 후 대놓고 대변을 보고, 다른 수사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다른 사자들은 그 수사자를 보더니 배를 하늘로 올리며 전형적인 복종 표시를 하였다.
혼자 울던 그 수사자가 무리의 대장에 해당되는 것 같았다. 다른 수사자들이 대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서 감히 대항할 생각도 못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귀여운 아기 고양이 같이 행동하였다.
대장 수사자가 울자 나머지 8마리의 수사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
실컷 포효를 하다가 응가를 하는 수사자 |
대장 수컷의 포효가 끝나자 긴장을 풀고 자기 시작하는 수사자들 |
응가를 마치고 순찰을 돌고 있는 수사자 |
야생 상태에서 수사자의 포효는 사방 8km까지 울린다고 한다. 따라서 포효소리가 영향을 미치는 면적은 원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인 반지름 × 반지름 × 3.14(원주율)에 산입하여 계산하면 50.24㎢에 달한다.
이는 1개 사자 무리(pride, 프라이드)가 차지하는 영역 50㎢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즉 수사자의 울음소리가 울리는 범위가 해당 수사자의 영역인 셈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동물의 울음소리가 약 50㎢에 울리고, 그 울음소리가 퍼지는 땅 전체가 자신의 영역이라는 사실. 사자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동물이다. 그러니까 사자를 백수의 제왕이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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