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나오미는 2개월이 조금 넘은 아기 고양이로 1주일 전 기본 검진을 받으러 왔었다. 특별한 일 없으면 1주일 뒤에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내원한 것이다.
눈곱과 콧물로 꼬질해진 얼굴을 한 나오미는 식욕도 조금 떨어지고 재채기도 많이 한다고 했다.
고양이 상부호흡기 감염(Feline Upper Respiratory infection)이 의심되었다.
상부호흡기 감염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허피스바이러스(FHV-1)와 칼리시바이러스(calici virus)가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원인이다.
흔히 고양이 감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질환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접종이 끝나지 않은 어린 고양이에서 잘 나타난다.
엄마로부터 받은 항체는 줄어들고 백신에 의한 항체는 아직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직접 접촉 뿐 아니라 콧물, 눈곱 등 분비물에 의해서도 전파되기 때문에 많은 수의 고양이가 모여 있는 펫샵이나 보호소 등에서는 만연한다.
허피스 바이러스는 2-6일, 칼리시 바이러스는 3-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눈곱, 콧물, 재채기 등이 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허피스의 경우 각막궤양이, 칼리시 바이러스의 경우 구강궤양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대부분 적절한 치료와 케어를 받으면 예후는 좋은 편이지만 콧물, 발열, 구강궤양 등으로 인해 식욕이 떨어지게 되면 탈수, 영양실조가 올 수 있다.
또한 면역력 저하가 지속되면서 다른 감염성 질환에 걸릴 수 있다. 또 드물지만 칼리시 바이러스 중 고독성 칼리시바이러스(VS-FCV)의 경우는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다만 허피스 바이러스의 경우 회복 후에도 대부분 보균상태로 남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다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피곤하면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고양이 혼합 백신에는 허피스와 칼리시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다.
백신을 통해 감염 자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감염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을 완화시켜 빨리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므로 예방접종을 해주는 것이 좋다.
환절기에는 사람도 동물도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교차가 커지면서 콧물 재채기를 하는 주변인들이 많아졌는데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건강관리에 힘써야겠다.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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