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뜻하는 한자인 개 견(犬)과 개 구(狗)는 서로 의미가 같은 듯하지만,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견자와 구자를 사용할 때는 그 의미에 맞게 구분하여 잘 사용해야 한다. 자칫하면 큰 실례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무지를 뽐내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먼저 좀 더 많이 사용되는 개 견자부터 살펴본다. 한자는 근본적으로 어느 물질의 형상을 추상화시켜 만든 상형문자인데, 개 견(犬)가 상형문자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견자는 개의 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간 모습을 나타낸 상형문자다.

그런데 개 견자를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 개 견자가 의미하는 개는 작은 강아지가 아닌 큰 개(成犬)를 의미한다. 이는 글자에서 사용되는 큰 대(大)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개 견자가 의미하는 개는 혈통이 있는 고귀한 신분의 개라는 것이다. 이는 큰 대가 가진 의미를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큰 대는 어른 또는 임금을 뜻하므로, 그런 높은 사람들이 키우는 개라는 것이다. 즉 미천한 신분의 사람들이 키우는 개가 아닌 고위급 인사들이 키우는 혈통이 있는 개를 의미할 때 이 글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셋째, 개 견자를 사용하는 개는 아시안 스피츠 계열의 개들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자는 기본적으로 상형문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 견자의 모습은 진도개와 같이 꼬리가 등에 올라가서 생긴 글자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 견자가 만들어졌던 시점 중국 북부 지방에는 아시안 스피츠 계열의 개가 존재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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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개 구(拘)자에 관한 얘기다. 개 구자는 개 견자와는 달리 상형문자가 아니다. 개 구를 파자(破字)로 분석하면 글자 왼편에 짐승을 뜻하는 부수 개사슴록 변이 있고, 오른쪽에는 음을 위해 붙인 구절 구(句)자가 있다.

그런데 그 구자가 음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만 붙여진 글자는 아닌 것 같다. 구(句)자는“구부러지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아직 다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려서 젖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본 따서 만든 글자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만약 이런 주장이 맞는다면 개 구자는 어른 개 즉 개 견자와 구분하여 사용하기 위해 고대 중국인들이 어린 강아지를 의미하는 글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인격이 덜 성숙한 사람들을 개라고 표현한다. 이런 경우, 개 견자를 쓰는 것보다는 개 구를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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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의 새끼를 지칭할 때도 개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소의 새끼인 송아지 우자는 소 우(牛)에 구(句)를 붙인다. 말의 새끼인 망아지 구(駒)자는 말 마(馬)자에 구(句)자를 붙인 것이다.

이런 한자의 의미 때문에 개 견(犬)자가 붙으면 주로 좋은 의미로 사용되고, 개 구(狗)자가 붙으면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못했거나, 비열하다는 의미를 가진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대표적인 예를 각각 들어보면서 글을 마친다.

먼저 개 견(犬)이 붙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말들이다. 충견(忠犬), 애견(愛犬), 애완견(愛玩犬), 견주(犬主), 군견(軍犬), 모견(母犬), 견공(犬公), 경찰견(警察犬), 견마지로(犬馬之勞) 등과 같이 견자는 대부분 긍정적이고 헌신적인 의미를 가진 말에 사용된다.

개 구(狗)가 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 부정적이다. 주구(走狗, 외적의 앞잡이), 구육(狗肉, 개고기), 구자(狗子, 철없는 강아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에 개고기를 파는 경우,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 구미속초(狗尾續貂, 담비 꼬리에 개의 꼬리를 이어 붙이는 것으로 훌륭한 것 뒤에 보잘 것 없는 것이 따른다는 의미)와 같이 구자는 부정적이거나 개의 고기(肉)를 의미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