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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만난 동물들, 지금 그들은

신들이 산다는 설산의 나라, 네팔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지진이 발생한지 어느새 스무날이 다 되었지만, 사상자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처참한 지경이다. 그 곳에 살고 있던 동물들도 천재지변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필자는 몇년 전, 이번 지진의 진앙지였던 코르카 지역과 인접한 랑탕 계곡을 일주일간 다녀 온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 네팔 사람들이 겪고 있을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느낌이다.

 

잠시 랑탕의 추억과 그 곳에서 만났던 동물들을 떠올려본다. 랑탕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영국 탐험대원들이 찾아내기 전까지는 지도에 없던 곳이었다. 당시 한 탐험대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며 탄성을 자아냈다고 전해진다. 계곡을 걷다가 고개만 들면 파노라마처럼 설산이 펼쳐진다.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꽃이 만발한 길을 걷는다는 것, 정말 감사할 일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지진으로 트레킹로 주변의 상당수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수많은 주검이 매몰된 채 연일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랑탕의 이전 모습을 되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랑탕의 ‘랑’은 ‘야크’를, ‘탕’은 ‘지나간다’는 뜻이라고 누군가 설명해 준 기억이 새롭다. 그 만큼 야크가 많은 곳이다. 설산만 생각했던 필자에게 야생동물을 만났던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트레킹 초반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리는 개들의 마중을 뒤로하면서 해발 2000미터를 넘어서면 야생 원숭이들이 나뭇가지를 출렁거리며 나무사이를 건너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원숭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열대수목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들은 물론 그 속을 뛰노는 야생노루도 눈에 띈다.

 

3000미터 대의 고지대로 올라서면 털북숭이 야크들이 떼를 지어 풀을 뜯는 모습도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때론 눈보라와 추위를 견디며 고산족의 짐꾼 역할을 해내는 야크, 인간은 그들의 젖으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어 영양을 조달한다.

 

트레킹은 계곡을 건너고, 마을을 지난다. 숙소는 ‘롯지’라 부르는 목조건물이다. 칸막이라고는 얇은 널판지로 가려 놓은 탓에 옆방 손님의 방구소리도 들리는 구조다. 어느 롯지에 가든 주인이 키우는 개들이 있다. 그 개들은 용케도 숙박할 손님을 알아보고 꼬리를 친다.

 

이처럼 롯지의 개들, 나무 위를 넘나들던 야생 원숭이들, 숲 속을 유유히 거닐던 노루들, 인가의 주변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던 야크들, 그리고 숲속에서 청아한 소리를 내며 울던 이름 모를 수많은 새들과 꽃을 헤매던 고운 빛깔의 나비들도 눈에 선하다.

 

지진으로 수많은 주검을 떠나보내고 살아남은 네팔 사람들의 고통만큼, 그들과 함께 살아온 동물들의 생명과 안전도 위협받고 있단다.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들도 네팔의 동물을 살리기 위해 긴급구호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그들의 손길은 아주 제한적이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모든 생명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네팔(Nepal), 누군가는 사랑과 평화가 영원한 땅(Never-Ending Peace and Love)이라고 풀이했는데, 꼭 그 의미대로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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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댓글 1건

  •   2015/05/12 18:21:22
    네팔에 또 강진이 발생했다는군요.. 더 큰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요..ㅠㅠ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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