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객원기자] 이상하게도 고양이라는 상징은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안 좋은 미신이나 불길한 징조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고양이에게 해를 끼치면 반드시 복수한다더라, 목숨이 아홉 개인 요물이다, 병을 옮긴다, 등등.
이미지 메이킹에 대단히 실패한 동물인 것은 분명하다. 애묘인으로서 작은 목소리나마 내어 길고양이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을 해명하고 싶다.
왜 도둑고양이라고 할까?
옛날옛적, 아궁이에 불 떼던 시절에는 부엌이 실내가 아니라 바깥에 있다 보니 부엌에 올려놓은 생선 등의 먹을 것을 고양이가 슬쩍 물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마 그때부터 도둑고양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부엌은 당연히 실내에 있으며 길고양이가 들락거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훔쳐가고 싶어도 훔쳐갈 수가 없다.
고양이 입장에서도 식량난 해결을 위한 방책이었을 뿐,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길고양이라는 단어로 순화하여 사용한다.
요즘 길고양이는 잘 먹고 다녀서 너무 뚱뚱해
위에서 말했듯 요즘의 도시에는 고양이들이 먹을 것이 없다.
고양이가 다니던 길에 사람의 집을 짓고 도로를 깔았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는 것 때문에 많은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나마도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아예 통에 넣거나 번호식으로 안전하게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뚱뚱한 길고양이가 많은 이유는 뭘까?
어디서 잘 먹고 다녀서가 아니라, 실은 사람이 버린 음식을 주워먹다 보니 염분 때문에 몸이 붓는 것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강아지나 고양이에게는 너무 염분이 높아 건강에 좋지 않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는 길고양이들은 사람의 음식을 얻어먹거나 주워먹어야 하고, 그래서 뚱뚱해지며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리고, 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수명이 짧아진다.
집에서 사는 고양이가 10-15년을 사는 데 비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4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기 울음소리처럼 시끄럽게 울어서 싫어요
고양이는 원래 사람처럼 '말'로 의사소통하지 않는다(집고양이가 수다스럽게 냥냥거리는 건 사람의 의사 소통법을 따라하는 것).
하지만 발정기가 되면 일명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운다.
그 소리가 또 주민들을 괴롭히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서 바로 'TNR'이 이루어진다.
TNR이란 중성화 수술로, 고양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무분별한 번식을 막고 잦은 임신을 줄여 고양이의 수명 연장에 도움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길고양이 중에서 귀 끝이 잘려져 있는 경우가 바로 TNR을 했다는 뜻이다.
귀를 자르는 이유는 이미 수술을 했는데 다시 잡혀서 수술하는 경우가 없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
외국에 나가면 길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거나 피하지 않고 태연히 자리에 누워 있거나 자기 하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만큼 길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는 곳은 별로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고양이가 '사람은 피해야 한다'라는 정보를 DNA에 새기고 태어날 리 없다.
학습에 의한 것이고, 어미 고양이에게 배우는 것이다.
즉 고양이가 사납고 사람을 공격하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고양이를 괴롭히고 무섭게 굴다 보니 그들과 우리 사이에 이렇게 깊은 골이 생기게 된 것 같다.
로드킬은 120에 신고하자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짧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로드킬. 동물들은 먹이를 구하러 길을 걸을 뿐인데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는 피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건 사람의 길이기 때문에. 로드킬 사고를 발견했다면 '지역번호+120'으로 신고해주자.
고양이에게 2차, 3차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발견하고 놀랄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사람뿐이 아니다.
사람의 도시에서 살아갈 길을 많이 잃어버린 동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약간 내밀어주는 것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싫어해도 괜찮다, 꼭 고양이를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봐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회원 댓글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