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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가장 고양이다울 수 있도록

개화동 카페 고양이 정원

 

고양이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박은지 객원기자]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밤새 집안을 뛰어다니는 고양이들의 우다다 소리를 듣고 있자면, 시끄럽고 성질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손바닥만 한 공간밖에 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빼꼼 올라오곤 했다.

 

시멘트 집이 다닥다닥 붙은 도시 한복판에서야 집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도 위험한 것이 워낙 많아 밖에서 사냥하고 들어와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창밖으로 보이는 나비나 새를 잡으러 잔디 위로 뛰어다니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즐거워질까.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카페 ‘고양이 정원’은 고양이들이 스스로 가장 고양이다운 정원을 만들며 탄생했다.

 

보기 드문 야외 고양이 카페

 

고양이정원에는 47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북적이는 느낌은 거의 없다. 

 

강아지 놀이터를 겸한 강아지 카페야 서울에서 오히려 점점 많아지는 추세지만, 정원에 고양이를 풀어놓고 키우는 고양이 카페는 없다.

 

언뜻 상상해봐도 경제적인 면에서나 안전적인 면에서나 걱정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화동에 위치한 ‘고양이 정원’이 이런 독특한 고양이 카페가 될 수 있었던 건, 애초에 이곳이 고양이 카페를 하려던 게 아니라 개인이 사는 정원 있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건축을 전공한 박정병 대표가 정원의 조경을 꾸준히 가꾸고 관리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키우게 된 유기묘 한 마리를 시작으로 박정병 대표의 딸 박서영 공동대표도 고양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며 지금은 이 집에서 47마리와 함께하게 되었다고.

 

유기묘 1마리와의 인연이 47마리가 사는 고양이정원이 됐다. 

 

“아빠가 고양이들은 자연 속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집 앞 정원에 풀어 놓고 키우기 시작하셨어요. 거실 앞의 베란다를 개조해서 고양이 집을 만드셨고 집 안과 정원으로 마음대로 오갈 수 있게 창문도 만드셨어요.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이 도망을 가지 않고 실내와 정원을 오가면서 잔디밭에서 나무도 타고, 잠자리도 물어다 놓고 너무나도 잘 놀더라구요. 그 이후로 아빠와 저는 계속 유기묘나 파양되는 고양이들을 받아 키우게 되었고 고양이천국이 돼버린 거죠.

 

오랜 시간동안 새로운 아이들이 정원에 오고, 아이들 스스로가 적응을 하며 이곳을 말 그대로 고양이정원으로 만들었어요. 아마 고양이카페를 하려고 처음부터 마음먹고 했다면 절대 이렇게 될 수 없었을 거예요. 아이들이 스스로가 정원의 주인이 되었으니까요.”

 

47마리라고는 하지만 실내 카페에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의 나무 위, 풀숲 속, 분수대 옆, 곳곳에 고양이들이 흩어져 있으니 전혀 북적이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미 자연이 몸에 배인 고양이들이다. 

 

고양이 자체가 깨끗한 동물이라지만 화장실에서는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카페 내부가 아니라 정원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냄새도 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정원에 큰 도로가와도 떨어져 있는 단독주택 단지라 고양이들은 정원을 넘어 주변 이웃집도 마음대로 넘어 다닌다.

 

 

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들어올 법도 하지만 오랫동안 봐온 이웃들은 그저 오며가며 ‘그 집 고양이 여기서 자고 있다’는 둥 소식을 전할 따름이다.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게 당연한 마을처럼.

 

 

 

고양이는 햇볕 쬐는 게 당연한 동물

 

고양이 정원의 1층에는 정원과 실내 카페가 있고, 2층은 폭포와 넓은 정원이 바비큐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넓은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은 모두 자연 캣타워다. 박정병 대표가 직접 계단이나 받침대 등을 덧대어주었다.

 

고양이정원의 나무캣타워

 

고양이들은 특별히 관리해주는 게 없는데도 모질이 좋아 손님들이 뭘 먹이느냐고 물어볼 정도란다. 정답은 역시 자연일 것이다. 충분히 햇볕을 쬐고, 나무에 발톱을 다듬고, 잔디밭에서 뒹굴고 뛰어다니니 따로 발톱을 잘라줄 필요가 없고 털갈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카페 안에 앉아 있으면 무릎 위로 폴짝 올라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손님들을 귀찮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람과 격리된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고양이는 데리고 노는 게 재밌는 게 아니라 그냥 지켜보는 게 재미있는 동물이에요. 손님들도 자는 고양이를 억지로 안고 가거나 굳이 품에 안고 있으려고 하지 않아도, 고양이들끼리 뒹굴고 노는 걸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박정병 대표는 이곳이 단순히 고양이와 놀 수 있는 카페가 아니라, 고양이를 위한 문화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말 그대로 고양이를 위한, 그리고 고양이에 의해 만들어진 ‘고양이 정원’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키우고 또 점점 그게 가능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고양이정원의 2층 정원

 

올 겨울에는 고양이정원 2층 정원의 분수가 거대한 얼음 분수가 될 예정이다. 눈의 나라 같은 경관 속에서 고양이들은 두껍고 빽빽한 털옷을 갈아입고 견딜 만한 겨울을 보낼 것이다.

 

얼음을 핥아먹기도 하고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잠이 들기도 할 것이다. 고양이니까, 고양이라서 원래 그렇게 보내는 일상들이, 보는 이들에게도 힐링이 되어주지 않을까.

 

* 고양이 정원

서울 강서구 개화동로19길 18

02-2665-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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