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도시 한복판에서 문득 길을 잃는 것이 몇몇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제나 길을 또렷하게 보고 걷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도시에서는 계절감도 멀어진다. 색깔은 늘 부족하고 빛을 덜 의식하게 된다. 어둠이 내리깔린 듯 거리의 채도는 낮아진다.
곧게 서 있는 건물 사이에서 가끔은, 마치 열쇠가 없는 자물쇠를 손에 들고 있는 것 같아 내딛어야 할 길을 보지 못하고 주춤거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건 어떤 문을 열어야 할지 모르는 열쇠일 수도 있다. 좀처럼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운은 대개 딱 맞는 열쇠가 준비된 길 바깥에 무작정 놓여 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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