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를 한 음절 한 음절 세심하게 듣고 소화시키는 너를 지켜보면서 나는 조금 슬퍼진다.
네가 내 말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한 글자도 떨어뜨리지 않고 차곡차곡 개어 넣는 너의 속도를 무시한 채 나는 내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나를 그렇게 유심히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또박또박 읽어내지 않아도 좋은, 시시한 이야기라는 말을 먼저 해줄 걸 그랬다.
내 안의 서러움과 불안함과 초조함은 너에게 충고할 여유도 주지 않고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나는 체념하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차피 너는 이미 나를 이해하고 있을 테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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