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즈 |
뉴질랜드 경찰이 오클랜드 공항 활주로를 뛰어 다닌 폭발물 탐지견을 끝내 사살한 사건이 공분을 샀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생후 10개월 된 ‘그리즈’는 뉴질랜드 정부 항공보안 서비스(Avsec) 소속 폭발물 탐지견이었다. 연령에서 알 수 있는 만큼 실전에 투입되기 전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즈는 뉴질랜드 시간으로 지난 16일 오전 4시30분경 공항 출국게이트 인근에 주차된 수송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리즈가 어떤 이유로 목줄을 풀고 달아나게 됐고, 조련사는 그리즈를 놓쳤다. 트럭이 지나가기 위해 통제구역 문이 개방되자, 그리즈가 그 문을 통해 활주로로 나가게 된 것.
공항 당국은 2시간 동안 그리즈를 찾지 못했고, 그리즈를 발견한 뒤에도 생포하는데 실패했다. 고삐 풀린 그리즈가 활주로를 뛰어다닐 동안 항공기 16편이 이륙하지 못했고, 몇 시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미뤄졌다.
결국 오클랜드 공항 당국은 뉴질랜드 경찰에 그리즈를 사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즈는 17일 새벽 경찰의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공항 당국은 최후의 방편으로 그리즈를 사살하는 결정을 내렸고 아무도 그 결정을 원치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마취총을 쓰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오클랜드 공항 페이스북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그리즈의 조련사 노엘 소번도 그리즈 사살 소식을 전해 듣고, 속상해했다고 뉴질랜드 언론 스터프는 보도했다.
뉴질랜드 동물보호단체 ‘세이프(Safe)’는 당국의 조치로 “이 개를 불필요하게 죽여, 끔찍한 충격을 줬다”며 “그 개를 잡으려는 노력이 실패한 뒤에 마취총을 사용했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Avsec 대변인 마이크 리차즈는 “당국은 그리즈를 잡기 위해 음식, 장난감, 다른 탐지견들 등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그리즈는 누구도 가까이 오게 하지 않았고, 활주로를 뛰어다녔다”며 “공항 보안대나 경찰 모두 마취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이프는 마취총이 없더라도, 오클랜드 동물원 같은 곳에서 빌려오는 방안도 강구했어야 한다고 비판의 고삐를 죄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수의사협회의 수의사 서비스 대표를 맡고 있는 캘럼 어바인 수의사는 마취총 논란이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취총 관련 규제가 복잡해서 마취총을 가진 동물병원도 거의 없고, 설령 공항 당국이 제때 마취총을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도 마취총을 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에서 마취총을 사용하려면, 동물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체중이 얼마나 나가는지, 몇 살인지, 체내 아드레날린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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