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이든 아니든, 그 누구에게나 헤밍웨이(1899~1961)처럼 인지도 높은 소설가도 세상에 드물 것이다. 후덕하면서도 남성미가 넘치는 강한 인상으로, 사후 5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매해 닮은꼴 대회가 열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심심치 않게 그의 이름을 접하게 된다.
여러분은 ‘헤밍웨이’하면 무엇이 연상되십니까. 우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하얀 구렛나루를 떠올리시는 분도 많을 것이고, 젊은 시절 한, 두 편씩은 읽어봤을 그의 소설 제목이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의 작품을 영화화 한,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앤소니 퀸이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연 배우 게리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생각날 수도 있겠다. 또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그레고리 펙이나 육체파 배우 수잔 헤이워드와 에바 가드너가 연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애주가들은 그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즐겨 마셨다는 칵테일 모히또(Mojito)를 떠올릴 수도 있다. 특히 날씨가 더운 날에는 럼주에 라임과 민트를 넣고 얼음으로 채운 시원, 상큼, 달콤한 모히또 생각이 더 절실할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들은 <헤밍웨이 캣(Hemingway Cat)>을 연상할 가능성이 높다. 발가락이 정상적인 갯수보다 많은 다지증 고양이를 공식적으로는 폴리닥틀(Polydactyl)이라고 하는데, 별칭으로는 ‘헤밍웨이 캣’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왜 다지증 고양이에게 헤밍웨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헤밍웨이는 생전에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단다. 그가 고양이 한 마리를 선물 받았는데, 그 고양이가 다지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메인 쿤’. 이러한 이유로 다지증 고양이를 ‘헤밍웨이 캣’으로 부르는 것이다.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박물관에는 지금도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있는데, 상당수가 다지증 고양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고양이의 발가락은 앞발이 다섯 개씩, 뒷발은 네 개씩으로 모두 18개의 발가락이 있다. 그러나 통상 다지증 고양이의 발가락 수는 20개를 넘고, 많게는 28개에 달하는 고양이도 존재한단다.
이학범 수의사는 그의 블로그를 통해 “다지증 고양이가 이상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고양이와 같이 생활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정상적인 고양이 보다 발가락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발로 문고리를 돌릴 수도 있단다. 다만 걸음걸이를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고 한다.
신체의 구조가 정상과 다르면 기형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될 게 뭐가 있겠는가. 모두가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아끼고 사랑할 주체인 것이다. 헤밍웨이 대신, ‘헤밍웨이 캣’을 안고 ‘모히또’ 한 잔을 느긋하게 음미해보는 상상을 해본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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