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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고 싶은데 무서워서'..애견인의 개공포증 극복기

빨간 모자를 쓴 여성이 딜리 러스카이다. [오스트레일리아 ABC뉴스 캡처 화면]

 

 

개를 좋아해도 개를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적 여건이나 가족의 반대, 알레르기 등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더 큰 장애도 있다. 바로 선천적 개 공포증(Cynophobia)이다.

 

애견인이 선천적 개 공포증을 극복하고 견주가 된 이야기를 오스트레일리아 ABC뉴스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딜리 러스카는 4살 때부터 개를 무서워했다. 그저 개를 보고 겁내는 수준이 아니라, 몸을 떨고 공황 발작을 일으켰다. 그래서 러스카는 개를 키우는 친구 집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러스카는 개를 사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러스카는 개 공포증을 극복해서 개를 입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년 전 러스카와 남편은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과 푸들의 교배종인 카부들(cavoodle) 강아지 ‘다시’를 입양했다.

 

러스카는 “나는 정말 개들을 사랑하고, 나는 정말 이 공포를 극복하길 원했다”며 “처음에는 내가 다시와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다시가 개집에만 있어, 나와 다시가 많은 희생을 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러스카는 수많은 시도와 노력 그리고 좌절 끝에 정신과 의사 앤서니 베릭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러스카는 치와와 같은 작은 개도 무서워해서, 입양한 강아지 다시를 남편 없이 혼자서 돌볼 수 없었다.

 

러스카의 사례는 특별하지 않다. 개 공포증은 생각보다 흔하다. 전직 개 조련사이기도 한 베릭은 미국 논문을 인용해, 미국 인구의 5%가 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며 “20명 중 1명꼴로,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개 공포증은 말 그대로 개를 두려워하는 공포증으로, 개가 주위에 있으면 불안과 공황으로 심신이 약화돼, 공공장소에서 개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개가 있는 장소를 피하게 된다. 그리고 개 공포증이 일상생활을 지배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개 공포증은 유전적 문제로 여겨지지만, 다른 공포증과 마찬가지로 치료할 수 있다. 베릭은 러스카에게 강아지 다시를 공원에 풀어놨다고 상상해보라고 조언했다.

 

러스카는 다시가 다정하고 착한 개란 사실을 알지만, 타인은 다시를 두렵게 여길 수 있다는 것. 이와 마찬가지로 러스카도 타인의 순한 반려견을 보고 두렵게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릭은 “우리는 환경과 위협에 대해 기준 민감도를 갖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의 학습 경험 이상”이라며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개와 함께한 경험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 공포증의 심각성에 따라 1~10차례 치료시간을 갖게 된다. 세심하게 조정된 환경에서 개와 접촉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간다. 그리고 주인이 반려견과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도록 만들어준다.

 

러스카가 반려견 다시를 앉히고 쓰다듬는 데 6주가 걸렸다. 마지막 치료 수업에서 러스카는 팔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잘 훈련받은 경찰견이 러스카의 팔을 무는 상황에 대처했다.

 

러스카는 “나는 여전히 두렵지만, 치료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며 “내가 아무렇지 않게 되고, 개가 내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러스카는 곧 2번째 강아지도 입양할 계획이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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