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 탓인지 이 동네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았다. 고양이들은 햇살을 한껏 머금은 풀밭을 헤치고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털썩 주저앉아 슬그머니 눈을 감고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고요한 골목길이면 될까?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누가 꼬리를 잡으려 쫓거나 돌을 던지지도 않는 이 평화라면 충분히 행복할까? 나는 길고양이의 평온이 이런 모습일까 하고 그려보았다.
하지만 한껏 여유를 부리던 고양이들도,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손님은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다. 경계의 DNA를 마치 타고난 것처럼.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태생적인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낯선 이에게 나름대로 말을 건네 보려 하기도 했다.
어쩌면 겉으로 보이기와 달리 완벽하게 평온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누구와 다툴 것도 없는 보통의 날이었다.
아마 우리의 평범한 날들과도 비슷할 것이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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