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일본에서는 특별한 시험이 치러졌다.
'인간과 고양이가 보다 친밀해져 서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지식을 갖추자!'를 컨셉으로 사상 처음 치뤄진 '고양이 집사 인증시험'이다.
커트라인은 70점. 그 결과가 이번달 통지된다고 한다.
한 출판사의 아이디어로 진행됐기에 취직 등 실제 생활에 크게 도움은 안된다. 명예 자격증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시험에 도쿄에서만 약 2000명, 전국 합쳐 약 4000명이 응시를 했다고 한다. 시험 보러 온 고양이 애호가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평가다. 일본에서 불고 있는 냥이붐을 잘 나타냈다.
시험감독관과 스텝들은 모두 고양이 귀 모양의 머리띠를 해 시험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평소 냥이팬으로 유명한 연예인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초급과 중급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둘다 1시간 안에 생태, 생활, 역사, 문화 등 총 4과목에 걸쳐 사지선다형의 100문제를 푸는 식으로 진행됐다.
1시간에 100문제라니, 그리 만만치 않았다.
문제지는 시험 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덕분에 시험이 끝난 뒤 인터넷 상에서는 정답을 맞춰보는 이들도 있었다.
문제를 살펴보자.
초급 1번은 눈동자에 관한 문제로 쉬웠다.
문제1. 좌우의 눈의 색깔이 다른 고양이가 있습니다. 뭐라고 부를까요?
① 도트 아이 ② 오드 아이 ③ 더블 아이 ④ 대리석 아이
2번 오드아이를 모르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집사 인증 시험답게 초급이라도 그렇게 만만히 볼 것은 아니었다.
문제. 고양이가 화장실 이외의 장소에 배설하는 원인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1) 싫어하는 사람을 괴롭히려고 2) 화장실 장소가 마음에 안 들어서 3) 화장실이 불결해서 4) 모래가 맘에 안 들어서
모두 정답인 거 같아 고양이 집사인 나도 좀 헷갈린다. 정답은 1번이다. 고양이는 괴롭힘이라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틀린 답을 한 집사들의 변명은 이렇다. "우리집 냥이는 날 괴롭히는데..."
충분히 헷갈릴 듯하다.
웃음짓게 하는 문제도 중간에 끼어 있었다.
문제. 지금까지 응석쟁이였던 고양이가 갑자기 깨물었을 때 올바른 처치법은?
1) 무는 순간 입을 때린다 2) 턱 아래를 잡고 혼낸다 3) 똑같이 물어 준다 4) 놀아주거나 상대해 주지 않는다.
정답은 몇 번일까? ㅋㅋ 마음 같아선 3번을 정답으로 하고 싶다. 정답은 4번이다.
중급 문제는 초급과 공통된 기본 문제 외에 좀 심화된 내용들이 출제됐다.
문제. '영화 대부1 에서 말론브란도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고양이는 어떤 고양이였나?'
대부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게 언제적 영화인지ㅠㅠ 정답은 '촬영 장소에 있던 길고양이'다.
초급, 중급 둘 다 응시한 한 30대 여성은 "집사는 아니지만 고양이 팬이어서 재미있는 시험에 응시했는데 고양이 문화에 대해 알게 돼 재밌는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또 초급에 응시한 한 여성은 "1시간 동안 100문항을 풀기가 꽤 어려웠다"며 하소연했다.
합격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궁금해진다.
그러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험생들의 고양이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고양이들이 집사들의 이런 눈물겨운 모습에 감동 좀 받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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