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더 푸르다며 다투는 하늘과 바다, 금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보리밭, 가슴을 뻥 뚫어주는 바람.
5월의 제주는 낙원 그 자체다.
지난주 권숙희 씨는 친구와 함께 2박 3일 동안 제주 올레길 14~15코스를 걸었다.
한순간도 같은 풍경이 나오지 않는 올레길에 놀랐다는 그는 2박 3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며 노트펫에 사진을 보내왔다.
올레길 15-b코스 고내리를 걸을 때였다.
골목을 돌자 제주 어느 마을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현무암 담벼락이 보였다.
함께 걷던 친구가 "으악" 하며 정신없이 담벼락으로 뛰어가기 전까지 숙희 씨는 미처 몰랐다.
"친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까만 담벼락 위에 유독 하얀 돌이 하나 얹어진 것처럼 보였어요.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까....,"
돌의 정체는 하얀 견공이었다.
조용한 마을에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호기심에 담벼락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던 것.
어찌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한 번 짖지도 않고 쓰다듬어 달라며 고개를 내밀기까지 했다.
사진을 찍으면 찍는대로, 머리를 쓰다듬으면 쓰다듬는대로 녀석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숙희 씨는 "너무 귀여워서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저희가 있으니 아이가 담벼락에 매달려 내려가지를 않더라고요. 허리에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친구에게 그만 가자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린 두 사람은 그날 일정을 끝낼 즈음에 놀라운 걸 발견했다.
바로 이 벽화다.
숙희 씨는 "올레길에서 만난 담장개를 보고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한 벽화가 한 가정집 대문에 떡 하니 그려져 있더라고요"라며 "더 오랫동안 그 개를 기억할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개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내년 5월 올레길을 다시 걷기로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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