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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장, 개 잡으러 가자고"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노트펫'이 우리 주변 반려동물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어이, 전 사장! 빨리 나와봐. 개가 며칠째 돌아다닌대. 나랑 개 잡으러 가자고"

 

어느 초여름날 오후 단골 손님 중 한 분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시더니 다짜고짜 가게 인근 안양천에 가자고 하신다. '아! 또 어디서 돌아다니는 개를 보신 모양이로구나' 속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주인 잃고 길을 헤매는 개를 보면 무조건 우리 가게에 데리고 오는 분이 세 분 계신다. 우리 가게에서 잠시 보호하다가 유기견 보호소로 전화해서 보낼 수 밖에 없건만, 그분들은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내가 맡아 주시기 만을 바란다.

 

 

보호소에 맡겨졌다가 주인이 데려가지 않을 경우 안락사시키는 것을 알고 뻔히 알고 계시니 때문이리라. 개에 대한 애정을 생각한다면 이분들은 진정한 애견들이시리라.

 

그렇지만 항상 반길 수도 없는 게 내 입장이다.

 

솔직히 유기견이 들어오면 냄새도 심하고, 위생적으로도 좀 문제가 있다. 아무래도 밖에서 생활했다 보니. 어떤 때는 혹시나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빠뜨릴 수 없다. 가게에 새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들도 있으니 더 그렇다. 하여 이들 이슬 맞은 아이들을 맡게 되면 일단 미용부터 시키고 약용샴푸로 위생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좀 이해해 주세요. ㅠㅠ 이날 역시 그런 마음이 없었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잠깐 이 분을 진정시키고 말을 들어 봤다. 안양천에 개 한 마리가 며칠째 혼자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게다가 덩치도 만만치 않더란다. 산책하는 이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으니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이론..대형견이라니, 사나운 녀석이라면..' 나도 솔직히 겁이 나는 상황에서 일단 보호소에 전화를 하고 그 문제의 개를 잡으러 갔다. 첫인상은 꾀죄죄하다라는 말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얼굴은 양처럼 선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털이 온몸에 떡이 져서 마치 갑옷을 두른 듯했다. 털이 긴 장모종은 며칠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털이 엉키기 일쑤다. 며칠을 그렇게 지냈다면 그럴 수 밖에. 우리가 개를 붙드는 모습을 보고 산책하던 이들이 모여 들었다.

 

대여섯분. 어떤 분은 나에게 "이 개, 이름 있는 개인가요?"하고 물었다. 밖에 나가도 내가 이쪽에서 일하는게 티가 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좀 더 살펴봤다. 그놈은 분명 아프간 하운드였다. 아프간 하운드라면 도그쇼에 단골로 출전하는 개잖아. 평소 게을러서 누워 있기 일쑤지만 긴 털을 휘날리며 걷는 모습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그래서 관리도 힘들고, 몸값도 높다. 왠만한 이들이 아니면 키우기 힘들다.

 

이런 귀족견이 왜 이런 곳에. 안양천은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주택과 떨어져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와야 한다. 아니면 차에서 뛰어 내리거나 한강 변에서 올라오는 수밖에는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고 있던 찰라, 어떤 커플이 조심스레 물어 봤다. 자기네가 데려가서 키우면 안되겠느냐는 거다. 아마도 개에 대해 좀 아는 커플이었나 보다. 비싼 것은 알아 가지고. 흠.

 

내 개도 아니니 말릴 도리는 없었다. 하지만 절차에 대해 설명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돌아다니는 개라 하더라도 잘못 데려갔다간 절도범으로 몰릴 수 있다. 함부로 데려 가면 안된다. 이럴 때는 유기견 관리를 담당하는 시군구에 연락한 뒤 임시보호하고 있다가 주인이 연락해 오거든 돌려주거나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입양 절차를 밟으면 된다.

 

안양천에서 헤매던 귀족 아프간 하운드는 그래서 그 커플을 따라 갔다. 주인을 찾았든 새주인을 맞았든 아프간 하운드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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