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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물질 검출 사료를 보호소에 기부하겠다고?

미 사료회사, 리콜 제품 동물보호소 기부 계획 밝혀

FDA "생산시설에 중대 하자..전부 폐기하라"

 

 

미국의 한 사료회사가 안락사 물질이 검출된 사료를 동물보호소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1935년 설립된 이밴져스(Evanger's)라는 회사입니다.

 

그간 수많은 개들이 자사 제품을 먹고 도그쇼에서 우승해 왔다고 홍보해 왔습니다. 역사가 깊은 만큼 자부심도 대단해 보이죠.

 

그런데 올 2월, 82년 유구한 역사에 흠집이 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소고기를 주재료로 만든 개 사료 제품을 먹고 개 5마리가 죽거나 병원신세를 졌습니다. 개 1마리는 끝내 숨졌습니다.

 

조사해 보니 안락사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소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썼던 안락사 물질이 제거되지 않고 완제품에도 들어간 것입니다.

 

회사는 이에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회사는 리콜 4개월이 지난 얼마 전 회수한 제품을 동물보호소에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습니다.

 

안전을 위해 리콜 범위를 넓게 잡았다면서 말입니다.

 

과거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져 있습니다.

 

미국 사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에서는 최근 몇년 새 사료회사를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사료를 먹이면 장수한다'는 만능사료 광고가 과장광고로 제재를 받았습니다.

 

광고와 달리 질 낮은 재료를 썼다는 이유에서 사기혐의로 피소돼 소비자들과 합의해야 했던 곳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사료회사와 동물병원이 짜고 처방식 사료를 비싸게 팔아먹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밴져스도 이런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죽은 개의 주인들은 500만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에는 회사가 '100퍼센트 소고기로 만들었다' '사람도 먹을 수 있다'(human grade) '농무부(USDA) 검사도 마쳤다'고 사기를 쳤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기부하겠다는 계획은 실행될까요?

 

미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은 '무슨 소리냐'면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또 이밴져스의 생산시설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견됐다면서 모든 리콜 제품을 폐기하라고 권고했습니다.

 

FDA 역시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식 갖고 장난치는 것은 중대범죄입니다. 비단 사람에만 해당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게다가 뒷수습도 매우 중요합니다.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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