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만나는 그 고양이는 항상 조금은 심술궂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동네 강아지들이 산책하는 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강아지들을 곁눈질로 흘깃거렸다.
강아지와 산책하던 주인들은 길을 막고 서 있는 그 고양이를 밀치고 지나가지 않고, 강아지를 이끌고 길을 빙 돌아 지나다녔다. 그게 고양이가 무서워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 고양이는 아마 이곳에서 태어나 자신의 평생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집주인 같은 당당함과 기개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이 동네 지킴이쯤으로 생각하는 듯한 그 고양이를, 아무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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