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는 침묵의 소리도 시끄러울 때가 있다. 깊은 새벽 어디쯤에 웅크려도 한낮에 왕왕거리던 소리의 여운이 남아 있다.
조명을 켜지 않아도 당신이 또렷하게 보이는 시간, 그때의 외로움은 필연적으로 소란스럽다. 수많은 사람과 엄청난 주파수가 거미줄처럼 엉겨 있다.
그 진득한 소리가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어디를 향해서랄 것도 없이 울리는 방향 잃은 소리들. 나는 그 소란 한가운데에 오도카니 홀로 있다.
이 시각, 목소리를 들어줄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새벽에는 대부분의 소리도 잠이 들고, 역설적으로 그것만이 고독을 위로해 준다.
문득 고개를 돌려 마주치는, 아직 잠들지 않은 몸집 작은 동물의 침묵은 파동을 만들지 않고 고여 있다.
자그마한 생명체들의 부드러운 고요함. 나의 어수선하고 부산한 파장을 서서히 감싸오는 그 느낌은 생경하면서도 친숙해 나를 안심시킨다.
운이 좋으면 그 끝에 작은 속삭임마저 따라와 귀를 간질여줄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하고.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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