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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개들 잡아가지 마세요"

서울 은평구 '독박골' 주민들 서명 운동

 

총 11마리였던 독박골 동네 개는 7마리가 잡혀가고 이제 4마리가 남았다

 

주인 없는 '동네 개'와 함께 살게 해달라는 내용의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독박골'로 불리는 동네 주민들은 20일 "동네 개들은 사람을 해치는 존재들이 아니다. 이 동네 개들은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가 동네에 내려오는 것을 막고 동네를 지켰왔다"며 서명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유기견에 대한 민원 대부분이 '개를 잡아가 달라'는 내용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주장이다. 주민들은 왜 서명 운동에 나섰을까.

 

이달 초 북한산을 내려오던 멧돼지를 쫓는 동네 개 '뚜치'

 

이 동네에는 약 5~6년 전부터 주인이 버리고 간 유기견을 시작으로 하나둘 모여든 황구, 백구들이 무리를 이뤄 살고 있었다.

 

동네 커뮤니티인 '독박골 모임'은 "일반적인 반려견은 사람이 보호자지만, 우리 동네 동네 주민을 지키주기도 하며 서로 돌보거나 보호하는 관계로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에는 전기줄 올가미에 큰 부상을 입은 어미개를 주민들이 합심해 구조하는 등 이들은 동네 개와의 공존을 위해 노력해 왔다.

 

살갗 파고든 올가미서 어미개 구한 동네주민들

 

하지만 총 11마리였던 동네 개들은 올 3월부터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 초까지 동네 개였던 황구 여러 마리는 모두 포획돼 독박골을 떠났다

 

주민 허은영 씨는 "포수들이 연이어 와서 여러 마리의 개를 잡아갔다"며, "서울시와 은평구청에 문의하니 누구라도 민원을 넣으면 그렇게 처리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허 씨는 "잡혀간 개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보니 10~20일 내에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한다고 했다"며, "사람들 눈에 '들개'로 보이는 개들인데 짧은 시간에 입양되기 어려울 테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독박골 주민들은 시청, 구청 직원에게 무작위로 개를 잡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7마리가 잡혀갔고 현재는 4마리의 백구가 남은 상태다.

 

중성화 수술을 위해 포획된 강아지

 

허 씨는 "그냥 동네 개 역시 한 동네 이웃으로 생각해 왔는데 강아지들이 마취총에 다쳐가며 잡혀가는 걸 보니 무섭고 안타까웠다"며, "그래서 주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독박골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동네 개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을 만들고 서명지를 게시했다.

 

독박골 모임은 "그저 유기견을 잡아가서 눈에 안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 개와 사람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명 및 의견 개진은 온라인 페이지(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ujXca0Qvy11AwmD06rhWm2AzoyggEK_nmzjU6s-AyoS6PyQ/viewform)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주민들은 이 의견을 모아 시에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송은하 기자 scallion@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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