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안 된 채 소장 직행..소장 막아 장폐색 일으켜
![]() |
얼마 전 밤 서울 용산의 한 24시 동물병원에 말티즈 한 마리가 야간응급으로 왔다.
두살 반 정도 된 이 녀석. 평소 아무 것이나 잘 먹는 이 녀석은 저녁을 먹은 뒤 여러 번 구토를 하더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보호자는 이 녀석이 저녁 때 방울토마토 2알을 먹었고, 평상시보다 적은 양의 식사를 했다면서 어리둥절해했다.
토마토는 익지 않은 토마토와 줄기, 꼭지 등 녹색 부위를 제외하고는 문제가 없는 채소다. 오히려 잘 익은 토마토는 세포 노화 억제에 도움을 준다.
진찰을 해보니 복부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엑스레이 사진 상에서는 위와 소장이 커져 있었다. 그래서 혹시 보호자 몰래 다른 이물질을 삼켰을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주사를 맞추고 일단은 귀가시켰다.
다음날 보호자는 이 녀석을 데리고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구토는 하지 않지만 평상시와 아무래도 다른 모습에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초음파로 뱃속을 들여다보니 동그한 형태의 이물이 소장을 막고 있는게 발견됐다.
![]() |
개의 소장을 막고 있던 이물질. 수의진들을 다소 당황스럽게 했다. |
이물질 삼킴사고로 내원하는 일은 종종 있기 때문에 어떤 물질일까 궁금했다. 딱딱한 뼈부터 작은 돌, 스폰지, 양말, 실, 바늘 등 개가 삼키는 이물질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수술을 진행한 뒤 꺼낸 이물질에 의료진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저녁에 두 알 먹었다는 그 방울토마토 중 하나가 소장을 막고 있었다. 보통 방울토마토는 통째로 삼키더라도 위에서 머무르면서 소화가 되는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
![]() |
소장을 막고 있던 방울토마토. 채 소화가 안된채 소장으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됐다. |
정언승 시유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섬유질로 쌓인 방울토마토의 껍질이 위에서 소화되기도 전에 십이지장을 통과해서 소장을 막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방울토마토가 장폐색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여름철에는 씨가 굵은 과일을 먹고 장폐색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과일은 잘게 잘라서 주고, 자두나 메실 등 씨가 큰 과일을 통째로 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원 댓글 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