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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안락사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다?

美 동물보호소, 실질적 안락사 기준 '공격성 행동검사' 도마 위에

"가장 스트레스 받는 시기..동전던지기보다 못해"

 

[ABC27 뉴스 캡처 화면]

 

[노트펫] 유기견의 생사를 결정하는 '공격성 행동검사'가 수십년간 통용됐지만, 학계 일부에서 이 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ABC27 방송이 지난 7월31일과 지난 1일(현지시간) 각각 보도했다.

 

유기견 ‘심바’는 행동 검사에서 A+ 점수를 받았다. 검사실에서 가짜 손이 달린 막대기로 심바의 밥그릇을 잡아당기고, 문가에 타인이 있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심바의 반응을 살핀 결과다.

 

반면에 래브라도 리트리버 잡종 유기견 ‘베이컨’은 검사실에서 밥그릇을 뺏는 가짜 손 막대기에 달려들어서, 가짜 손을 문 탓에 낙제 점수를 받았다.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심바는 가정에 입양될 수 있지만, 베이컨은 입양될 수 없다. 낮은 점수를 받은 유기견들은 입양에서 제외돼, 결국 안락사 당하게 된다.

 

미국 동물보호소들은 약 20년간 행동 검사로 유기견 입양 여부를 결정해왔다. 행동검사 결과지는 유기견에게 생사를 결정하는 살생부와 같다.

 

미국 애리조나 주(州)에 있는 한 동물보호소는 지난해 상반기 유기견 536마리를 안락사시켰다. 대부분 행동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개체들이었다. 이 보호소가 한 해에 3만4000마리 정도를 맡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다.

 

하지만 개 행동검사가 개의 공격성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검사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지난해 여름 미국 터프츠 대학교 수의대가 개 행동검사가 개의 공격성을 예측하는 수준이 동전 던지기보다 낫지 못하다고 주장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터프츠 대학교 수의대학의 게리 J. 패트로넥 부교수는 “행동 검사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며 “개의 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에 인위적인 시도들로 개의 반응을 유발한 후, 가족과 지내는 환경에서도 개가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보고 안락사시킬 것이냐"고 반문했다.

 

동물행동 심리학자인 사라 베넷 박사는 지난 2012년 연구에서 반려견 67마리의 행동 검사 결과와 주인의 평가를 비교했다.

 

공격성과 두려움 영역에서 음성과 양성 결과의 오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다른 개에 대한 개의 공격성 연구에서 보호소 유기견들이 살아있는 개보다 개 모형에게 더 공격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행동검사 결과 오류로 얼마나 많은 유기견이 안락사를 당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검사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비극은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뉴욕시 동물보호센터는 아이를 문 개 ‘블루’를 잡아서 기본 검사를 했지만,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블루는 버지니아 주 조련센터에서 재훈련을 받고, 지난 5월31일 가정에 입양됐다. 하지만 몇 시간 만에 블루는 90세 할머니를 공격해, 할머니가 목숨을 잃었다.

 

오류에도 불구하고 행동검사가 수십년간 미국에서 통용된 이유는 수용시설에 한계가 있는 보호소의 안락사 결정에 도덕적 방패막이 됐다. 유기견의 공격성을 걱정하는 견주가 보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행동검사 논란은 개선으로 이어졌다. 개 행동 검사를 개발한 개발자들을 포함한 학계는 행동 검사가 개의 공격성을 예측하는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고, 보호소들은 행동 검사 중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마리코파 보호소의 메리 마틴 신임 이사는 행동 검사를 중단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공격성을 이유로 안락사 당한 유기견은 31마리에 불과했다. 작년에 536마리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또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는 매년 67만마리가 안락사를 당하는 데, 지난 2011년 이후 연간 입양 비율은 20% 가까이 상승했고, 안락사 비율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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