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위기 유기견 보호하는 충주면허시험장 직원들
'개린이집' 6월 개소 후 11마리 입양
현재 충주면허시험장 개린이집에서 보호 중인 네 마리 개 |
[노트펫] 운전자라면 면허를 따거나 갱신하기 위해 한 번쯤 가 봤을 운전면허시험장. 기능시험 코스와 주행용 차가 전부인 여느 운전면허시험장과 달리 충주 시험장에는 '수상한' 장소가 있다.
'개린이집'이라는 간판 안쪽 공터에서 뛰노는 여러 마리의 개들. 이곳은 도로교통공단 충주면허시험장 직원들이 안락사 위기에 놓인 유기견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이경준 사원은 10일 노트펫과의 통화에서 "개린이집은 충주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 대상인 아이들을 데려와 보호하는 곳이에요. 죽는 대신 이곳으로 와 입양을 기다릴 수 있게 됐죠"라고 소개했다.
즉 충주면허시험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 20여명이 본인 업무 외 시간을 쪼개 사료 주기, 산책 시키기, 목욕하기 등 역할을 맡아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장에 유기견 보호시설이 생긴 이 특별한 사건은 아주 작은 계기에서 시작됐다.
경준 씨는 "하루는 직원 한 분이 회의 시간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유기견보호센터에 보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고요.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가 오갔죠"라고 말했다.
안락사 위기의 강아지들의 쉼터가 돼 주는 개린이집 |
마침 사내에서는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민원인이 늘어나는 만큼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오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두 의견이 모이게 됐다.
직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위기 역시 유기견 보호시설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충주면허시험장의 제안을 들은 시청 축산과와 충주반려동물보호센터는 기꺼이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충주시는 반려견 등록칩과 예방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충주반려동물보호센터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충주면허시험장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시설을 조성하는 데 따른 비용 충당이 문제가 됐지만 이 역시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지역에서 애견호텔('달려라 해피')을 운영하는 분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자재를 무상으로 기탁한 것. 직원들은 이를 이용해 펜스를 치고 놀이시설과 집을 짓는 등 공간을 조성했다. 사료, 패드 등의 용품은 직원들이 십시일반 걷은 돈으로 마련했다.
그렇게 지난 6월 문을 연 개린이집에서는 벌써 11마리의 유기견이 입양됐다.
현재 남은 4마리 중 한 마리는 충주면허시험장 직원이, 또 한 마리는 다른 주민이 입양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개린이집에서 새 가정에 입양된 강아지 오별이와 예삐(왼쪽부터) |
경준 씨는 "저희가 업무를 보면서 개를 가족처럼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아이들을 데려오긴 힘들거든요. 그래서 한 4마리 정도를 상시적으로 유지하려고요. 2마리가 입양가면 또 안락사 대상인 아이들을 데려올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14살 시츄를 키우는 반려인이기도 한 경준 씨는 개린이집을 운영하면서부터 아이들을 목욕시키기 위해 출근 시간보다 3시간 빠른 오전 6시에 나오고 있다.
그는 "직원들이 더 바빠진 건 당연하죠. 근데 직원분들도 민원인분들도 강아지들이 오고 다들 좋아하시고, 저 같은 경우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애들이 입양되는 걸 볼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개린이집에서 강아지를 입양한 입양인들이 인증샷을 찍는 모습 |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자재를 제공했던 애견호텔에서 무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장만수 충주면허시험장 민원부장은 "유기견 보호시설을 만드는 데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았어요"며 "사용하지 않는 공터에 유기견들을 수용한 것이 전부"라며 이 같은 시설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린이집에서는 모든 입양이 무료로 이뤄진다. 입양 문의는 전화(043-840-4660)나 SNS 계정(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18072272779&fref=ts)을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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