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는 흔한 야생동물이다. 산과 들은 물론 서울 도심 속 아파트나 공원 산책로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 너구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동물이 아닌 특정 국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동물이었다.
과연 무슨 일 때문에 너구리가 세계적으로 흔한 야생동물이 된 것일까? 너구리의 원래 고향은 극동아시아 일부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금 너구리는 원래 고향 외에 프랑스, 독일은 물론 남부 유럽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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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의 이러한 광범위한 진출에는 수십년 전 붕괴한 소련(소비에트연방)의 역할이 컸다. 소련은 1920~50년대까지 추위 극복에 필수적인 모피 생산을 위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십만 마리나 되는 너구리들을 사육하였다. 그 결과 너구리는 연해주를 벗어나서 러시아 전역으로 보급되게 되었다.
너구리는 매우 영리한 동물로 앞발을 사람이나 원숭이의 손처럼 사용한다. 그런 신체적 특징을 이용하여 너구리들은 잠금장치가 허술한 우리에서 손쉽게 사육장을 탈출하여 야생으로 돌아가고 만다.
이렇게 너구리들이 탈출하고 야생에 안착한 곳으로는 소련 영토에 속했던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등이 있다. 환경적응 능력이 뛰어난 너구리들은 야생에서 개체수가 빠르게 늘려 간다.
물론 이러한 외래동물의 유입은 해당 지역에서 생태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마치 최근 경남 지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뉴트리아와 비슷한 경우인 것이다.
소련 영토에서 정착하던 너구리들은 활동 영역을 넓혀서 유럽 전역으로 진출했다. 이제 그들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 덴마크, 이탈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에서도 쉽게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 중 덴마크는 외래 포식자인 너구리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동물로 정하고 박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너구리는 영리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동물이라서 덴마크 당국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너구리는 영어로 라쿤 도그(raccoon dog)라고 불린다. 야생동물 이름에 개를 뜻하는 도그(dog)가 들어간 것은 북미산 너구리 라쿤(raccoon)과 구별하기 위해 일부러 붙인 것이다. 개과동물인 너구리는 아메리카 너구리과에 속하는 라쿤과 비록 외모는 약간 닮았지만, 혈연적으로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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