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견 순이와 치료견들이 지난 7일 용인 요양전문병원을 찾았다. |
[노트펫]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의 노인요양전문병원. 입원한 어르신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차가 멈춰서고, 차에선 그 손님들이 내렸다. 사람들과 함께 강아지 여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아지들을 본 어르신들이 반갑다는 듯이 이 녀석들을 맞이한다. 이 녀석들 역시 한두 번 와본 것이 아니라는 듯 어르신들의 품에 찰싹 감겼다.
재롱은 덤. 몸이 다소 불편한 어르신들의 거친 손동작에도 표정 하나 찡그림이 없었다.
이 병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동물매개활동 봉사를 펼치고 있는 치료견(Theraphy Dog)들이었다.
휠체어가 움직여도 아주 얌전해요. |
그 중에는 순이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올해 6살로 벌써 3년째 이 병원 어르신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녀석이다.
"성격이 얼마나 깔끔한 지 젖은 데는 절대 제발로 안 지나가요. 안고 건너줘야 하는 애교 넘치는 공주랍니다. 처음 만났을 때 의기소침해 있던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대견할 따름이죠.^^"
순이는 원래 보호소에서 지냈던 아이다. 주인에게 버려졌는지 아니면 주인이 잃어 버렸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무척 잘 따르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믹스견인 데다 열악한 보호소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새가족을 만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호소에 문제가 생겨 지금의 견주가 떠맡다시피 하면서 순이의 견생이 제 궤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2013년 수의사인 견주에게 처음 왔을 때의 순이.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의기소침해 있었다. |
2013년 수의사인 견주에게 처음 왔을 때 보호소 아이들이 그렇듯이 다소 의기소침해 있었고, 몸 상태 역시 좋지 않았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매우 말라 있었고, 피부병에 엉덩이 부분이 욕창으로 잔뜩 짖물러 무른 상태였다.
원래 다른 곳에 입양보내려 했던 견주, 애저녁에 입양 보내기는 글렀다 싶었다.
그렇게 그냥저냥 데리고 있으려 했던 차에 순이의 놀라운 재능을 발견했다. 이 수의사는 순이를 데려왔을 무렵 동물매개활동 봉사를 위해 데리고 있던 개들 중에서 후보들을 찾고 있었다.
사실 유력 후보견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평소에 참 잘하다가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떨었다. 처음 만난 이에게도 덥썩 안기고, 평안함을 줘야 하는 치료견으로서 안타깝지만 소질이 다소 부족했다.
입양 몇 달 뒤 순이의 모습. 이때부터 사람을 잘 따르는 재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그러던 차에 순이가 우연히 앉아! 손! 등을 너무나 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요것 봐라!' 하면서 엎드려! 기다려! 크레이트 안에 들어가기, 리드줄 교육 등 치료견이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 교육을 해봤는데 너무나도 쉽게 해냈다.
그래서 다시 희망을 갖고 한국동물병원협회 HAB 위원회가 만든 반려견예절교육(CDME, Citizen Dog Manners Education) 과정 시험을 봤다. 견주의 기대를 뛰어 넘었다.
가장 기초인 브론즈 과정은 물론이고, 매개활동을 할 수 있는 CAPP(Companion Animal Partnership Program) 인증 과정도 가뿐히 통과해 버렸다.
CAPP 인증 과정에서는 큰소리 내는 사람,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목발 및 보조기구 등의 도움으로 걷는 사람을 겁내지 않으며, 거칠게 만지는 것에도 동요하지 않는지 등을 본다.
또 큰소리에 놀라도 바로 돌아오기, 주변에 개나 사람이 지나가도 침착하게 잘 있는지 등도 확인하는 고난이도의 시험이다.
요양병원이나 일반병원 재활병동에서 일어나고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고 개가 잘 적응하는지를 보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순이와 함께 활동하는 치료견들. 왼쪽부터 순이, 로이, 영남이, 또또, 후추 |
현재 한국동물병원협회의 CAPP 과정을 통과, 활동이 가능한 개는 9마리가 있다. 대부분은 수의사들의 개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다른 기관이 운영하는 코스를 통과하고 치료견으로 활동하는 개들도 있다.
이렇게 CAPP 과정을 너무나 수월하게 통과한 순이는 2014년부터 동물매개활동에 투입됐다. 이날 찾은 용인의 이 병원에서다.
순이는 어느새 모든 환경에서 침착하게 행동하는 베테랑 치료견이 됐다. 여전히 어른신들이 있는 이 요양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견주는 "제가 동물병원 일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나가야 하니 다양한 곳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기회가 되면 순이의 재능을 좀 더 살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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