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에는 수면과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꿈의 세계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가 닿을 수 있는 깊은 수면의 단계를 파고드는데, 그 연구를 위해 고양이를 이용한다. 고양이가 가장 꿈을 잘 꾸는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양이의 머릿속에 USB를 심어 그들의 꿈을 연구한다는 내용은 소설 속에서도 동물보호단체의 비난을 사지만…… 꿈을 연구하는 데 고양이를 이용할 정도라면 정말 고양이는 많은 꿈을 꾸는 동물인 걸까?
이전에 한 번은 새벽이 깊었는데 어디선가 낯선 ‘애옹애옹’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우리집 고양이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들어보는 낯선 고양이의 목소리인 것도 같았다. 우는 소리가 몇 번인가 이어졌고, 나는 꼭 무슨 일이라도 난 듯한 소리에 놀라서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조심스럽게 안방으로 들어가 봤다.
“아리야.”
조용히 아리를 부르자 순간 ‘애옹애옹’ 소리가 끊기면서 아리가 침대 밑에서 걸어 나왔다.
아리는 잠에서 막 깨어 쉰 듯한 목소리로 ‘야아옹’ 하고 칭얼거렸다.
나에 비해 잠을 깊게 자지 않는 편인 남편은 평소에도 새벽에 아리의 잠꼬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아마 아리의 목소리가 잠결이라 좀 낯설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났나 싶어 깜짝 놀란 것이 무색하게, 아리는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와 태연하게 잠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제이도 가끔 침대에 누워 자다가 네 다리를 바르르 떨며 경련 비슷한 것을 할 때가 있다. 잠자는 고양이가 움찔거리거나 잠꼬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궁금해진다. 무슨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하고.
실제로 잠이 든 고양이의 뇌파는 사람이 꿈을 꾸고 있을 때의 뇌파와 비슷하다고 한다.
즉,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꿈을 꿀 것이라는 짐작이다. 잠자는 고양이가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든 실험에서,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기도 하고 사냥을 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과거에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고양이들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 도망가거나 겁에 질린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고.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기본적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하며, 과거의 일이라 해도 안 좋은 기억은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뜻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고양이가 실제로 무슨 꿈을 꾸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과거의 기억이나 평소의 일상이 꿈에서 재구성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과도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리는 요즘에도 자다가 자주 웅얼거린다. 슬쩍 쓰다듬으면 길게 하품을 하며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집 고양이들은 무슨 꿈을 꿀지 궁금해진다. 이왕이면 행복한 꿈이었으면 좋겠고, 그 평안하고 긴 잠을 위해 나의 어깨가 짐짓 무거워진다.
더불어 혹시 길고양이 시절에 힘든 일들을 겪었다면, 꿈에서조차 이제는 다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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